얼마 전 대출자가 부담했던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금융기관이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은 대출자 271명이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출자들이 기업은행,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기각됐다.
법원은 근저당권 설정비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한 것을 고객과 은행 간의 개별약정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약관조항 자체에 의해 인지세와 근저당 설정비를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킨 게 아니다"며 "고객에게 선택권을 줘 당사자들의 교섭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한 것은 개별약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설정비를 내고 더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지, 혹은 설정비를 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지 선택한 것은 고객과 은행 간에 이루어진 일종의 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고객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한 경우 저렴한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율 등의 혜택을 본 점에 주목했다. 만약 대출자 측에 반환청구권을 인정한다면 은행의 설정비 부담을 조건으로 대출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 혜택을 보지 못한 고객은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은행권은 만족하고 있지만, 집단소송을 추진했던 시민단체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의외의 판결이고, 기존 약관을 불공정약관이라고 해석한 대법 판결을 뒤집는 판결"이라며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다섯 차례에 걸쳐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원고인단 추가 모집도 진행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향후 다른 재판부 및 법원의 금융소비자 인식과 시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8일에는 한 개인이 근저당 설정비와 이자를 돌려달라며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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