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최근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새로운 경영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힌 경제민주화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대 재벌 중 하나인 SK의 총수가 사실상 회장 역할을 내려놓은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의 수평적 구조개혁이 성공할 경우 재계가 경제민주화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자구책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가 총수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체제 전환 시도가 앞으로는 필연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한 보고서에서 “기존 재벌들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전문경영인체제) 체제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며 “상속세 폐지,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등이 용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재벌 총수 일가의 지분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체제가 더 우월한지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성공이 국내 경제에 매우 중요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이 총수의 대리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SK의 신 경영체제가 총수의 사익추구 가능성을 낮추는 등 기존 재벌 체제보다 투명성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 이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SK의 그룹 운영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는데 ‘따로 또 같이 3.0’은 각 관계사가 각 사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스스로의 의사를 기반으로 참여할 위원회를 정하고 수펙스추구협의회나 위원회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위원회 중심의 상호협력체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원회-각 사 CEO-각 사 이사회’간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SK가 그 동안 실천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은 더욱 공고화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투명경영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는 최근 지배구조 규제 압박이 심한 순환출자만 하더라도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일찌감치 규제에서 벗어나는 등 한 발 앞선 구조 개선을 해왔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신 경영체제도 실효성과 투명성 면에서 외부평가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경우 재벌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규제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경제민주화에 대한 막연한 반대보다 재벌 스스로 구조개혁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SK의 신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은 계열사별 자율책임경영을 인정하고 그룹은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지난 18일 SK는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에 최태원 SK 회장의 뒤를 이어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창근 부회장이 대내외적으로 SK그룹을 대표하며 협의회 의장으로서 위원회 인선 및 위원회 간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2002년부터 시작한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2005년 전 계열사의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2단계 도약을 했다”면서 “이제는 각 사 중심의 수평적 그룹 운영체계를 통해 3차 도약을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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