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고수와 하수, 부상 부위부터 다르다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국내 한 유통업체 차장인 손명진씨는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골퍼다.

몇 달간의 준비과정을 마치고 지난주 친구들과 처음 필드에 나간 손 차장은 주말 이후 원인 모를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다. 병원을 찾은 손 차장은 골프 스윙 도중 뒤땅을 치거나 그립을 너무 꽉 잡은 동작들로 인해 팔꿈치에 무리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개인사업을 하는 최재정씨는 골프 구력이 10년이 넘는 주말 골퍼다. 평균타수는 80~85타 수준이다. 최근에는 타수를 줄이고 스윙폼을 가다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는데, 예전과는 달리 손목에 전해지는 통증이 만만치 않다.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부상을 겪는 이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골프족들이라도 구력에 따라 부상 부위와 그 정도가 달라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국내외 유명 프로 골퍼들이나 아마추어 고수들의 경우 잦은 손목 부상에 시달리지만, 일반 골퍼들이 손목 부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오히려 상당수의 일반 골퍼들은 손목이 아닌 팔꿈치 엘보나 갈비뼈 통증을 경험한다.

이는 골프 실력에 따라 힘을 쓰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팔에는 요골과 척골이란 두 개의 큰 뼈가 있다. 그 끝에 손목 관절이 있고, 수근골이란 뼈를 거쳐 손가락뼈로 이어진다. 손등에서 봤을 때 몸 안쪽의 큰 팔뼈가 요골, 바깥쪽에 있는 조금 작은 뼈가 척골이다.

척골과 수근골과 손가락뼈 사이에는 삼각형 모양의 작은 공간이 있다. 비어 있는 듯한 이 공간 속에 '삼각섬유연골복합체'라는 조직이 들어 있다.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이 조직은 연골판·인대·섬유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손목을 왼쪽·오른쪽으로 꺾거나 비틀 때, 회전할 때에 관여한다. 손목뼈들을 안정화시키고 손목에 가해지는 압박을 지탱하는 기능도 한다.

소위 '찍어치기'를 하는 프로 골퍼나 아마추어 고수들이 주로 겪는 부상이 바로 손목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이다.

프로 골퍼나 아마추어 고수들은 아이언으로 공을 때린 뒤 잔디에 '디보트'를 낸다. 이때 골프채가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면서 그 충격이 골프채를 잡은 양손의 손목에 전해져 부상을 유발한다.

손목 '코킹' 동작도 부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주로 백스윙 시 손목을 꺾는 코킹 순간을 최대한 유지하다가 공을 때리는 '레이트 히팅'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는 골프 스윙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지만 손목에는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되면 손목 관절을 위 아래로 젖힐 때는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나 책상을 짚고 일어설 때 등 손목을 회전하는 경우 통증이 나타난다.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을 방치하면 관절운동에 제한이 생기고 손목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반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서 잦은 부상은 엘보다. 팔꿈치뼈의 양쪽 과에서 시작되는 힘줄에 미세한 파열이 생겨 발생한다.

골프 스윙 도중 뒤땅을 치거나, 그립을 너무 꽉 잡고 스윙하는 등 잘못된 동작을 반복할 때 발생하기 쉽다.

골프 엘보는 테니스 엘보와 달리 주로 팔의 안쪽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팔저림이다. 증상이 지속되면 통증이 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나중에는 가벼운 동작을 할 때나 팔을 쭉 펴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인철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골프 고수의 스윙은 섬세한 손목 동작의 비중이 크고, 하수는 상대적으로 팔꿈치나 어깨 동작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상 부위도 다르게 된다. 팔 근육이 강할수록 충격을 잘 흡수하므로 손목 관절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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