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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바람이 분다'를 공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사진 제공=대원미디어 |
논란의 중심에 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지난 26일 일본 도쿄도 코가네이시에 위치한 감독의 아틀리에에서 만나 연출의도를 들어봤다. 그에 앞서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관람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실존인물 호리코시 지로(1903~1982)의 비행기 설계 이야기, 세계대전 중에도 자신의 연애사만 써내려간 소설가 호리 타츠오(1904~1953)의 러브스토리가 주인공 지로의 꿈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그려졌다.
미야자키 감독은 “당시 열심히 살았다는 것만으로 죄를 면할 수는 없다”는 말로 자신이 의도한 바를 명확히 했다.
“저는 실존인물을 가지고 이번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전쟁 중에 전쟁 이야기는 전혀 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써내려 간 인물, 저항은 했지만 자신이 만든 10,000대 이상의 비행기가 태평양전쟁에 쓰인 인물.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의미를) 잘 모르고 했다 해서, 그저 열심히 했다고 해서 죄가 소멸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죄를 같이 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국가와 민족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중요하고 또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독은 시대가 가는 방향을 인식하는 것을 ‘역사 감각’이라고 불렀다.
“역사 얘기를 해 왔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경제 얘기만 해 왔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지니 모든 게 무너진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지요. 일본은 1989년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역사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역사 감각을 잃어버린 나라는 망합니다.”
역사의식의 실종에 따른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던 감독은 과거사 청산을 언급했다. “위안부 문제는 진작 청산했어야 합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한) 하시모토 담화는 굴욕적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사죄했어야 합니다. 일본 군부는 자국민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다른 나라 국민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영화를 벗어난 질문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충실히 답했다. “이 영화가 한국과 일본 관객 모두로부터 인터넷에서 공격당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면서도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던 시도에 대해 후회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50년째 한 가지 일을 하고, 73년째 살아가고 있는 거장의 묵직한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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