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반기 투자 부진… 정부에 ‘발목’ 잡혔다

아주경제 채명석·윤태구 기자=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독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1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는 지난해보다 8% 이상 줄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가 대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경제 민주화와 경제 활성화를 오락가락하며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대기업들은 투자 의욕 자체가 꺾였다.

◆상반기 투자 현황 보니

26일 기업경영 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계열사로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75개사의 투자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투자실적은 36조7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9조2880억 원)보다 8.2% 감소했다.

삼성그룹(14개사)은 올 상반기 동안 12조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27.8%(4조6180억 원)가 줄었으며 4조9983억원을 투자한 SK그룹(12개사)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4.1% 감소했다. LG그룹(11개사)의 상반기 투자액도 5조65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그나마 투자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대기업집단은 포스코그룹(5개사)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932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조4558억 원으로 52%(1조 5230억)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4개사)은 지난해 동기 대비 투자액을 40.1%(2958억) 늘려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현대차그룹(10개사)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15.9%(6529억) 늘어난 4조7490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차가 1617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7개사의 투자 집행이 증가했다.

◆투자 환경 만들어줘야

대기업 투자가 축소된 이면에는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쉽게 이야기해 ‘경제 민주화’로 일컬어지는 정책들이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줄어든 곳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주장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에 따르면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지난해 유보율은 1441.7%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923.9%보다 517.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는 투자하지 않고 쌓아논 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에 대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재계는 경제민주화에 따른 대기업 옥죄기 등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지만 그동안 너무 옥죄어 왔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이번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을 초청한 만큼 그간 기업들이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해온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과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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