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공에 대한 '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과에 대한 '책임'이다. 성과가 곧 평가의 척도인 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삐딱하게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기업문화에서는 공에 대한 보상보다는 과에 대한 문책에 더 눈이 간다.
최근 우리나라 재계에서는 오너의 구속을 비롯해 국세청·검찰의 사정 등으로 모든 것을 책임진 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CJ그룹은 최근 지주회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정기인사에 버금가는 수준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4월에 CJ대한통운 대표로 그룹에 합류한 이채욱 부회장을 그룹의 상징인 지주회사 대표로 선임했다. 동시에 그룹 홍보실장 역시 4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회사 측에서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오너 구속 사태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재계 1위인 삼성 역시 신상필벌에 따른 인사로 유명하다. 지난 8월에는 울산 신축 공사장 물탱크 파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공을 맡았던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를 경질한 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두 대표 모두 3년 임기를 채우고 떠난 모습이지만, 이미 이전부터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대표가 교체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CJ와 같이 총수 리스크를 겪고 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과에 따라 책임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책성 인사가 너무 빈번해지면, 기업 경영이 무사안일 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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