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초과학 수준 높이는 중이온 가속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0-27 16: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독일 다름슈타트·스위스 제네바) 이한선 기자·공동취재단= 전자나 양성자, 이온 등을 전자석 등을 이용해 속도를 높여 쏘았을 때 나오는 입자들의 빔을 이용해 충돌 등 실험을 하는 장치가 가속기다.
CERN 이졸데 연구소 <공동취재단>
우리나라에는 현재 포항의 3세대 방사광 가속기,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가 있고,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부산 기장에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과학벨트에 2017년까지 1단계, 2019년까지 2단계로 건설 예정인 중이온가속기는 입자의 충돌 등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거나 이온빔을 암치료에 이용하는 등 기초과학과 연관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술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CERN 이졸데
GSI FAIR 건설현장
지난 24일 방문한 스위스 제네바 인근 유럽 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이졸데(ISOLDE) 가속기는 과학벨트에 건설될 중이온가속기가 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다.
이졸데는 현재 구 가속기 인근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증축하고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근에는 로잔 등의 대학 및 의료업체와 함께 이온빔을 활용하는 의료 전문기술을 사업화하는 메디시스의 터를 닦고 있었다.
이졸데의 규모는 CERN의 다른 가속기들에 비해 작지만 여러 장치들을 응용해 의료기술 등 기술 사업화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출신의 이졸데 연구책임자 마리아 보르지 박사는 "이졸데는 가속기를 활용해 동위원소의 특성 등을 연구하는 곳"이라며 "이곳의 연구 성과는 새로운 물질의 연구나 암 치료, 생명과학 등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르지 박사는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단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45년 역사의 이졸데 연구팀은 지금까지 70여개 원소에서 700개의 동위원소를 새로 찾기도 했다. 이졸데 연구팀은 원자번호 85번의 아스타틴 전자구름의 특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연구팀은 라듐(Ra-224)이나 라돈(Rn-220) 등에서 볼록한 타원형 모양의 원자핵 결합을 찾아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고, 그래핀의 구조를 밝히거나 반도체를 개발하는 공동연구도 국내 대학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암 진단과 치료 분야 관련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 새 원소 발견 1등 독일 GSI
GSI 선형가속기 UNILAC
지난 21일 들렀던 프랑크푸루트 외곽 도시 다름슈타트의 헬름홀츠 중이온가속기(GSI) 연구소 옆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15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FAIR 프로젝트를 위한 터닦기 공사다.
FAIR는 기존의 선형가속기인 UNILAC과 링가속기인 SIS18에 이어 SIS100과 SIS300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GSI는 화학 주기율표 상의 107번부터 112번까지의 새로운 원소 Bh(보륨), Hs(하슘), Mt(마이트너륨), Ds(다름스타튬), Rg(뢴트게늄), Cn(코페미슘)을 발견한 곳으로 유명하다.
Ds는 지역의 이름, Cn은 코페르니쿠스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명명됐고, 나머지는 발견자의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는 핵종 발견 순위에서 25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중이온가속기가 본격 가동한 뒤에는 순위 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소에서 만난 새 원자 발견분야 권위자 한스 가이셀 교수는 우리나라가 순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가 건설되면 당영히 들어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셀 교수는 또 "한국에 건설 예정인 중이온가속기는 ISOL과 IF 두 가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한 가지 방법만을 사용해 도달할 수 없는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다"며 "희귀 동위원소의 영토를 넓혀 기초과학 전체에 혜택을 주고 새로운 연구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ISOL은 고순도의 핵종 빔을 만들 수 있고, 만들기가 어렵지만 IF 방식은 다양한 종류의 빔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과학벨트에 건설 예정인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두 방식을 모두 도입할 예정이다.
GSI 내부로 들어가보니 보라색 통 모양의 200m에 이르는 선형 가속기가 놓여 있었다.
가속기 주변에는 진공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펌프가 달려 있다. 공기가 있게 되면 이온이 가속되다가 다른 원자와 부딪치면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NILAC은 120m의 선형가속기로 이온을 3만㎞의 속도까지 가속시켜 다른 원소의 막으로 쏘면서 두 원소가 융합해 만들어지는 원소를 탐지해 붕괴하면서 나오는 알파입자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새 원소를 찾는다.
GSI는 이온빔을 이용한 암치료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 자체에서 1997년 이후 치료받은 인원이 400명에 달하고, 2009년에는 기술 이전을 통해 하이델베르크 병원은 1500명에 달하는 환자를 치료했다.
이온빔을 이용한 치료는 다른 일반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표적 치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완치율이 80~90%에 달한다.
머리를 고정시키고 뇌종양 등 암세포에만 정확히 이온빔이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