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장기영·양종곤 기자 =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대거 몰리면서, 올해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번 M&A를 통해 업계 상위권을 선점하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마지막 매물인 우리은행이 은행권 순위 판도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은행권 자산 규모 3위 우리은행은 은행권 M&A 시장의 대어이자, 매각 전망이 불투명한 난제이기도 하다.
오는 2017년 합병 논의에 들어가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은행권 순위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총자산은 KB국민은행(270조9911억원), 신한은행(245조1268억원), 우리은행(240조5214억원), NH농협은행(194조9029억원), 하나은행(160조9870억원), 외환은행(109조2571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 매각을 추진하는 우리은행의 새 주인에 따라 총자산 500조원 이상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우리은행과 합병할 경우 총자산은 각각 511조5125억원, 485조6482억원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투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농협금융지주가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 경우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총자산 합계는 435조4243억원 규모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5년 경과 후 합병에 대해 협의키로 한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살림을 합치면 총자산은 270조2441억원으로 늘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로 자금력이 소진돼 사실상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기 힘들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은행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M&A 시장에 나온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과 우리금융 계열인 우리아비바생명도 금융권의 큰 관심사다.
특히 LIG손보는 약 20조원대 자산규모로 매년 2000억원 이상의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어,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에는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알짜 매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으며, 동양생명을 소유하고 있는 보고펀드도 인수 추진을 선언한 상태다.
총자산 10조원대의 메리츠화재와 8조원대인 한화손보, 4조원대의 롯데손보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각각 점유율이 20%에 달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가게 된다.
최근 농협금융의 품으로 가게 된 우리아비바생명은 총자산 4조9000억원으로 업계 순위에 변동을 줄 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에 따라 NH농협생명이 생보업계에서 굳건히 빅4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M&A가 기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 인수를 위한 투자 대비 수익성을 얼마나 극대화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NH농협금융지주가 최근 우리투자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기자본 10위권 내 증권사 가운데 3곳이 매물로 나왔고 1곳이 인수합병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은 3조원대다.
만일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농협증권이 자기자본 2위인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게돼 독보적인 1위 증권사가 된다.
이밖에도 자기자본 4위인 현대증권과 자기자본 10위인 동양증권이, 올해 7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 과정에서 현재 자기자본 1위인 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와 주인 찾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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