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은 해외공사 수익률 악화 등 리스크 확대로 해외수주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상황에서 내실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제는 양적 성장이 목표가 아닌 고부가가치산업 진출 확대 및 수주 지역·공종 다변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수주 증가 없이 수익성 악화 이어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65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49억달러) 대비 3억달러 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당초 정부 목표였던 700억달러보다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186억달러) 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한 2010년(716억달러) 이후 3년째 700억달러를 목표 수주액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매번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태국 물 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 최종 계약체결과 중동 대형 플랜트 발주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전통 텃밭인 중동지역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은(275억7000만달러)은 전년 대비 81억4000만달러 증가한 반면 중동은 368억8000만달러에서 261억4000만달러로 107억4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업체별로도 2012년 반짝했던 몇몇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급감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액이 1년새 105억 달러에서 31억7000만 달러로 줄었다.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수주에 힘입어 84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린 한화건설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인 8억4000만 달러 수주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수주 감소에는 국내 건설업체간 수주 경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주액이 아닌 리스크 관리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해외건설 수주 감소는 국내 건설업체간 수주 경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국내 건설시장 수주액이 최근 몇 년간 수십조원 줄면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동 등에서 기술력이 월등한 국내 업체들이 동일한 프로젝트에서 만나 출혈 경쟁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리스크 관리도 수익성 관리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해외건설사업의 예상 준공액은 약 740억 달러(약 85조원)로 추정되는데 이중 1%의 손실만 가정해도 8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수주·공종 다변화 및 내실 따질 때"
건설사들은 올해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가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GS건설과 SK건설 등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 등의 악재에 줄줄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업계에서도 무조건 양적 성장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양으로만 따져 묻지마 수주에 나서면 수십억 달러 이상 수주도 어렵지는 않다”며 “이제는 공사를 많이 따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다 알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글로벌 건설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 기술력 확대 및 인재양성을 통한 미래성장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내실경영 및 리스크 관리시스템 강화로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확립키로 했다.
GS건설은 올해 세계적인 설계 경쟁력 구축을 위해 인도 설계법인 및 동아시아 제2설계법인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철저한 원가·리스크 관리와 프로젝트 수주 및 수행관리를 본사가 적극 지원하는 프로세스와 기능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양질의 수주 풀을 확대하고 예측가능한 수주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을 늘리는 한편 수주 지역 및 공종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엽 실장은 "중동이나 아시아를 벗어나 독립국가연합, 중남미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수주물량도 늘리고 수익성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발주처에 휘둘리는 단순 도급이 아닌 국내 건설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탄력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인프라1호펀드를 4000억원으로 두배 확대해 약 6조7000억원 규모 사업 수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는 자체 분석 결과 720억 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리스크 관리 및 중소가입 진출확대, 투자개발사업 진출 활성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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