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1945년 광복 때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왔다.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작물보호제 제조회사인 한국삼공을 세웠으며, 한국베링거잉겔하임과 백수의약을 창립한 경제인이다.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고인은 수집한 미술품들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인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고인인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한 독일 사업가가 겸재 정선의 그림을 사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의 매달 외국 출장을 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등 세계 곳곳에서 부지런히 문화재를 수집했다. 지난 1992년 한빛문화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1999년에는 평생 모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보관할 공간으로 화정박물관을 창립했다.
화정박물관은 2002년까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었지만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관하면서 대대적인 확장에 나섰다. 특히 티베트 불화인 탕카 컬렉션은 국내를 뛰어넘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가 모은 티베트 불교미술품은 탕카를 비롯해 불상, 불구, 경전 등 약 2500점에 달한다. 중국 미술품도 회화, 서예, 복식, 자수, 도자기, 금속, 상아 등 4000여점이며 한국미술소장품도 회화, 서예, 불화, 도자기 등 3000여점에 달한다.
1999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그 해 방한한 영국 여왕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영국 명예시민 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4년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명예 문학박사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하순, 아들 태원(한국삼공 대표), 딸 은경(주부)·채경(표준산업 대표)·혜주(화정박물관장)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8시.(02)3410-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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