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과 기은은 2년만에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거래소는 이번에도 공공기관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각 은행 및 기관에서는 자율경영 훼손으로 피해가 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는 노조 차원에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산은과 기은, 산은금융지주 3곳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했다. 지난 2012년 지정 해제 이후 2년만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복귀한 것이다. 근거는 민영화 중단이다.
산은의 경우 지난해 여름 금융위원회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을 골자로 한 정책금융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민영화가 백지화됐다. 기은에 대해서도 정부는 보유지분 50%를 유지하면서 중소기업 지원 등 기존 정책 기능을 그대로 수행토록 해 민영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관장 연봉은 물론, 전체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및 회의록 등을 공시해야 한다. 경영실적평가나 임원 선임 등에 대한 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든만큼 예산편성과 인사권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산은과 기은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은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되면서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지만, 기은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손발을 묶어놓고 경쟁하라고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입는다"고 비판했다.
산은 내부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산은 노조의 한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산은만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역할이 있는데 정부의 통제와 관리로 인해 그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정책금융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역할들을 키워야 하는데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발목을 잡는 것은 오히려 이를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경영방침 등에 대해 정부와 협의를 거쳤는데 그게 사실상 승인 아니겠느냐"라며 "자율성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번 재지정은 공시와 승인 등을 명시적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2년만에 이들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돌려놓다보니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인해 얻는 실익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지나친 복리후생비 등 방만경영이 문제가 되면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헌법소원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흥열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직원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고 방만 경영이라 말하지 않는다"며 "방만 경영의 문제는 예산낭비 및 경영상 문제지 직원 복리후생비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는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독점적 사업자 지위가 깨진 상황"이라며 "현행 법률상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어둘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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