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페소가 급락한 다음날 24일(현지시간) 터키ㆍ브라질ㆍ남아프라카공화국ㆍ인도ㆍ러시아 등 신흥국 통화가 전부 하락했다.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달러대비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리라화 루블화 루피화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페소화는 지난주 무려 15%나 하락했다.
신흥시장의 혼란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리스키한 자산을 팔아치우고 안전한 채권시장에 러쉬하고 있다.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키한 유럽증시 FTSE유로퍼스트 300지수는 이날 2.4%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독일 증시(DAX)도 2.5% 급락했다. 뉴욕의 S&P500도 2.35%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위기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실버크레스트에셋의 패트릭 소바네크 디렉터는 "신흥국 성장을 아무리 낙관해도 문제가 있다는 전망이 점차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중국 경제성장의 우려로 신흥시장 성장에 우려가 컸었다.
이번 통화가치 하락도 이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브라질ㆍ남아공은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에 따른 악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브라질과 남아공으로부터 다량의 원자재 등을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역시 중국의 투자 수요가 약화로 인한 타격으로 보고 있다.
신흥시장 위기 확산의 주범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0년 경제성장률 9.2%를 기록할만큼 호황이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나데사 대통령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환율 통제를 강화하면서 투자가 줄고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다. 인프레이션율 25%에 달한 반면 외환보유액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방어를 사실상 포기하고 페소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지난 2001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폭락이 13년 만에 다시 불거진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흥국 통화 하락이 17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하루에 11% 폭락한 점이 마치 당시 태국의 바트화 가치 폭락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트화 하락을 시작으로 아시아 통화가 연이어 급락했었다. 그러나 이번 아르헨티나 페소 급락의 경우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터키 남아공 등 신흥국 경제가 취약하지만 아르헨티나만큼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진 않는다는 평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 특별한 사례다"며 터키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등에 문제가 새로운 신흥시장 위기를 상기시킬 수 있으나 신흥시장은 아르헨티나와 각각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태국 바흐가 급락했던 17년 전과 비슷하지만 그때 위기만큼 심각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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