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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호의 개혁, '마누라 빼고 다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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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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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 KT에 강도 높은 개혁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황창규 KT회장이 취임 첫 날부터 '황창규식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6만여명에 달하는 KT와 KT 계열사 임직원들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몸을 바싹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하자마자 조직 대수술에 들어갔다.  기존 22개에 달하던 부문‧실‧본부 등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임원 30%가량을 감축하는 등 인적 쇄신도 뒤따랐다. 사내 지원조직의 임원급 직책 규모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기존 130명이었던 KT 본사 임원은 95명으로 줄었다. 

이석채 전 회장의 측근 대부분도 현직에서 물러났다. 김홍진 GE부문 사장, 김일영 그룹코퍼레이트센터장, 표현명 TC 부문 사장 등이 퇴임하고 부사장급 임원들이 부문장을 맡게 됐다. 홍보업무를 총괄했던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도 조직이 축소되면서 KT를 떠났다.  자회사ㆍ계열사 임원들 가운데 이 전 회장이 영입한 인물들도 조만간 짐을 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KT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을 받은 만큼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조직 변화와 인사 혁신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쳐내기식 인사는 오히려 KT에 불안감만 더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T 고위관계자는 "올레KT(외부 영입된 임직원) 출신이어도 전문성을 갖춰 실적을 내고 있는 인사가 있을 수 있어, 이들을 어떻게 재기용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취임 후 긴급 임원회의를 거쳐 KT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준급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독이 뛰는데 선수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날 회의에 참여했던 임원들 역시 기준급 10%를 자진 반납하겠다며 뜻을 모았다. 임원 축소와 연봉 반납으로 KT는 당장 200억원의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존 확정됐던 모든 투자와 비용도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간다는 방침이다.  또 책임경영을 도입해 각 사업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강화해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히 따져 묻는 ‘신상필벌’의 의지를 내비췄다.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전국 187개 KT 매장에도 철퇴를 가하는 '특별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수익성과 인력 구조 등 운영상태를 파악해 실적이 부진한 매장의 경우 폐쇄하거나 인력 재배치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황 회장의 발빠른 경영 보폭에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이다. KT 내부에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KT 분당 본사 한 직원은 "지난 2009년 KT와 KTF 합병 때보다 더욱 강한 구조 조정이 예상된다"며 "특히 인력재편의 영순위라 할 수 있는 스태프(경영지원) 직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KT는 KTF와의 합병 이후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해 임직원의 16%를 축소했으며 연간 4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 6000여명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던 KT로서는 또다시 동료들을 대거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KT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치가 않다. KT는 통신사업 부진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LTE 부문에서 LG유플러스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업계는 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프랑크푸르트 출장 당시 사장단 200명을 현지로 긴급 호출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라고 지시하며 삼성의 새로운 혁신을 주문했다.  이는 삼성의 정신적 지주인 호암 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삼성의 세계화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방점을 찍는 핵심적 계기가 됐으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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