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르노가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준중형 전기차 플루언스 Z.E.의 생산을 중단했다. 판매량이 너무 저조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로써 플루언스 Z.E.는 부산에서 생산되고 있는 국내용 버전인 SM3 Z.E.로만 전략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향후 SM3 Z.E.가 수출될 가능성도 높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터키 부르사에 위치한 오야크 공장에서 생산중이던 르노의 플루언스 Z.E.는 지난 2011년 본격 출시 이후 3년여간 약 1만대의 판매(SM3 Z.E. 포함)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르노에서 생산되는 또 다른 전기차인 '조이'가 2012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약 2만대가 넘게 팔린 것에 비하면 부진한 결과다.
앞서 르노는 합작 파트너인 이스라엘의 전기차 업체 '베터플레이스'와 함께 '퀵 드롭(quick drop)' 방식의 배터리 교환 기술을 포함한 플루언스를 생산,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베터플레이스가 현지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르노의 전기차 생산 차질이 우려됐다. 당시 양사는 퀵 드롭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뿐만 아니라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를 광범위 하게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나 파산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충전 인프라만 구축됐다.
여기에 판매마저 부진, 르노는 터키 공장에서 퀵 드롭 배터리 방식의 차종 생산을 중단하고 최근에는 충전용 방식 차종마저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써 르노-닛산얼라이언스그룹은 SM3 Z.E.·캉구·트위지·조이를 비롯한 닛산의 리프 등 총 5종의 전기차 라인업만 갖추게 됐다.
이로 인해 향후 르노에서 생산되는 준중형 전기차는 국내 부산공장에서만 생산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부산공장에서 SM3 Z.E.를 생산하고 있다. SM3 Z.E.는 내수용으로만 생산됐다.
올해는 연간 4000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 터키 공장 생산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는 없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올 하반기에 닛산의 '로그'를 연간 8만대가량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계획으로 추가 인원 투입 가능성은 낮지만 SM3 Z.E.가 혼류 생산 차종이라 불가능한 바는 아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기존에 계획한 대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터키 공장 생산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 증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그룹에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SM3 Z.E.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전국 10대 선도도시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를 비롯해 전기차 보급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와 대전에서 전기택시 시범운행에 들어갔으며 서울시에서는 카셰어링 등의 공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조금 없이는 일반 구매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과 부족한 인프라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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