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은 물론, 일부 해외 자원개발 경쟁국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 산하 발전사(동서, 서부, 남동, 중부, 남부)들의 올해 해외사업이 대부분 '올스톱'되면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동서발전은 지난 2009년 총공사비 4억5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필리핀 풍력발전 사업의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 2010년 태광그룹과 추진한 베트남 남딘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비롯해 자메이카 복합화력 사업 등도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서부발전의 경우 지난 2012년 수주한 미얀마 양곤 가스복합발전소 사업의 참여 지분을 기존 37%에서 10% 미만으로 축소키로 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국영기업인 NCR과 추진한 열병합발전 사업 또한 백지화하는 등 최근 해외사업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남동발전도 올 상반기 1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불가리아 태양광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미국 풍력발전 사업도 낮은 가동률 등 실적 부진으로 사업 축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중부발전도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사업 법인의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며, 남부발전도 해외사업 축소를 통해 부채를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올 들어 발전사들의 해외진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정부 때 동남아 및 중동시장에 활발히 진출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실제 이들 발전사가 지난 정부 해외투자를 위해 세운 자회사는 25개에 달한다.
동서발전은 1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남동발전은 특수목적회사를 포함해 13개를 두고 있다.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자회사와 특수목적회사 수는 각각 5개, 15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전사들의 해외사업 축소에 따른 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앞으로 발주될 사업들이 전면 중단되면서 중국·일본 등 신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경쟁국가들에게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는 기미도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공기업 부채 감축에만 급급하는 것이 아닌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고 해외사업 축소에 따른 리스크를 가장 크게 줄이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기업들의 천문학적인 수준의 부채가 정부 사업을 울며 겨자먹기로 떠맡으면서 늘어난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민영화가 공기업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롤 모델'"이라면서 "정부소유구조에서 기인하는 왜곡된 기업경영 환경과 내부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동서발전(2774억원), 남동발전(1384억원), 서부발전(1028억원), 중부발전(770억원), 남부발전(426억원) 등 발전사들은 이 같은 해외자산 매각을 통해 총 6382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