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늘은 우리의 에너지 독립이라는 꿈을 이뤄낸 역사적인 날입니다.”
19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열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명명식에 참석한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당신이 직접 ‘스폰서’(대모)로 나서 축사를 통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이같이 선언했다.
명명식은 선박이 세상에 “내가 태어났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다.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대모는 통상 여성이 맡는데, 현직 국가수반이 대모로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 개인을 넘어 리투아니아 국민들이 그만큼 이 선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초로 건조된 LNG-FSRU를 ‘독립’이란 뜻의 ‘인디펜던스(INDEPENDENCE)’호로 명명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 선박은 리투아니아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 선박의 이름을 인디펜던스로 명명한 것은 리투아니아 정부의 에너지 독립 목표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선박명을 외친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도끼로 명명대(도마처럼 생긴 나무 받침대)에 올려진 밧줄을 힘껏 내리쳤다. 밧줄은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랄 때 영양분을 공급받았던 탯줄을 의미하는데, 밧줄이 끊어짐으로써 세상에 태어났음을 만방에 알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선박 옆구리 쪽에 따로 마련된 단상으로 이동해 그물망 주머니에 싸여 줄에 매달린 샴페인을 구령에 맞춰 선체를 향해 힘껏 던졌다. 깨어진 샴페인 병 모가지는 나무상자에 담겨져 선장실 브리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선박이 생을 마칠 때까지 함께 한다.
리투아니아가 ‘인디팬던스’호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동유럽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공화국은 구 소비에트 공화국의 일원이었다가 1990년 3월 독립을 선언한 뒤 이듬해 독립했다. 독립 후에도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는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아 왔으나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불만이 고조됐고, 러시아의 정책에 반할 경우 아예 가스 공급을 중단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러시아 때문에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 된 것이다. 지난 2009년 5월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리투아니아 대통령에 당선된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으로서는 에너지 독립이 숙원이었다. ‘인디펜던스’호를 통해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가스공급 경로를 이번 LNG-FSRU선 가동으로 다변화 할 수 있게 됐다.
‘바다 위 LNG 기지’로 불리는 LNG-FSRU는 해상에 떠 있으면서 액화천연가스(LNG)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 시 재기화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다. 세계 최초로 건조된 LNG-FSRU ‘인디펜던스’호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6월 노르웨이 회구 LNG로부터 수주한 2척의 LNG-FSRU 중 하나다. 2012년 2월과 10월에 각각 한척의 선박을 추가 수주해 총 4척을 건조한다. 축구장 3배 크기인 길이 294m, 폭 46m, 높이 26m로, 리투아니아 연안에 설치돼 7만t의 가스를 저장, 공급하게 된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성공적으로 건조된 LNG-FSRU가 리투아니아의 LNG 공급에 큰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현대중공업은 리투아니아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긴밀히 협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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