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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뒤 ‘용산역세권 개발 재개’ 카드를 꺼내셨습니다. 선거 전략 면에서 좋은 카드라고 생각됩니다. 사업비만 30조원에 고용유발 등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100조원 규모란 평가가 나오는 빅카드입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부정적인 박원순 시장과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도 유용한 도구입니다. 실제로 발언이 나가기 무섭게 용산개발을 둘러싼 의원님과 박 시장과의 간접적인 설전이 뜨거운 이슈가 됐습니다.
의원님의 사업 재개의지를 접하고 이 개발사업을 시작단계부터 취재해온 기자로서 일단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사업재개를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해외 투자자가 사업재개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용산개발의 잠재적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용산개발 재개를 위해서는 쉽지 않은 해결과제들이 있습니다. 용산개발사업이 그동안 진행돼온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분명 의지만 갖고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우선 용산개발사업은 현 정권이 추진 의지를 갖지 않고 있는, 좀더 정확히는 반대하는 사업입니다.
작년 4월 코레일과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재개를 위한 협상을 마쳤다는 기사를 쓴 뒤 기자는 청와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코레일과 민간업체들의 협상 기사를 청와대가 나서 해명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곧바로 코레일이 나서 사업재개는 없다는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일련의 과정은 상당히 일사불란했습니다. 사업재개 협상에 나섰던 코레일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청와대의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고급 주상 복합과 마천루는 서민행복을 기치로 내건 현 정권의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철도 운영의 안정성에서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불과합니다.
단독주택과 중저층 아파트가 뒤섞인 서부이촌동 개발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의원님이 언급한 단계적ㆍ점진적 개발이란 아마도 서부이촌동과 당초 코레일 소유의 철도정비창 부지에 대한 통합 여부를 염두한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통합시 주민 합의 문제, 분리 개발을 가정한 주민 반발문제 등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쉬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2007년 용산개발 사업의 사업자 선정 당시만해도 업계에서는 30조원을 투입해 60조원을 버는 사업이란 말이 공공연히 돌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대세가 바뀌었습니다. 수십조원을 벌 것이란 전망은 수조원의 적자가 불보듯 뻔한 사업이 되고, 사업자들은 이해관계 앞에서 이합집산하며 반목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결국 사업은 부도가 났습니다. 경기침체는 자연재해처럼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습니다. 앞으로도 정권이나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수습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섣부른 공약은 이 사업과 관련된 많은 당사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업이 부도난 뒤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고 거리로 나앉았던 수많은 가장들의 절박감을 의원님은 절감하기 힘들 것입니다. 강력한 추진 의지가 퇴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깊은 고민이 자리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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