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ㆍ박선미 기자 = 최근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베이비부머의 창업 열풍에 따라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중소기업에 비해 담보가 확실하다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기업은행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7조8000억원 규모의 여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 내부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중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소규모 자영업자 군은 아직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재단인 신용보증재단과 올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 지원 대상은 상시종업원 5인 미만의 자영업자다. 제조업이나 광업, 건설업 및 운수업 등은 종업원 10인 미만에 총자산 10억원 이하를 적용한다.
자영업자 대출로 눈을 돌리는 곳은 기업은행 뿐만이 아니다.
외환은행은 지난 2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SOHO(소호)강호론'을 특별판매상품으로 출시했다.
3000억원 한도로 판매중인 이 상품은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지원한다. 부동산 감정금액의 최고 80%까지 지원이 가능하며, 영업점장의 금리감면 재량권을 2.9%포인트까지 넓혀 금융비용 부담을 줄였다.
20일 기준으로 총 333건의 대출이 지원됐다. 대출 잔액만 1100억원으로 판매 한 달만에 총 한도의 1/3 이상이 소진된 것이다.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이유는 대출 시장의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그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과 일부 대기업 부실에 따른 은행들의 리스크관리 강화방침 등이 작용하면서 가계와 기업 쪽에서 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은퇴 후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사업자의 경우 중소기업에 비해 담보가 확실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크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월 현재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92조3000억원으로 한 달만에 1조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 기준 전체 기업대출(638조8000억원) 중 30.1%에 달한다.
은행권 총 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비중은 2010년 말 14.7%에서 2012년 말 15.7%, 2013년 말 16.4%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잇따라 관련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최대 2억원까지 대출 한도를 높인 '우리동네 사장님 대출'을 판매중이다. 신용카드 매출대금을 기준으로 사업 기간과 주택 및 사업장 보유 형태 등을 고려해, 최저 4% 후반대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그간 개인사업자는 소득 신고율이 낮아 대출이 쉽지 않았으나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출은 출시한 지 두 달여가 지난 20일 현재 412건에 112억원이 판매됐다.
부산은행도 지난 7일부터 '자영업 성공시대 대출'을 1500억원 한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대출은 이미 2011년 8월 처음 출시한 이후 매년 판매될 때마다 1500억원의 한도를 조기 소진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만 40세 미만의 청년 창업 자영업자를 우선 지원한다. 출시된 지 겨우 2주 정도가 지났지만 이미 248건에 94억6300만원이 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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