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빈장(濱江)구 왕상로(網商路 전자상거래 거리) 699호. 바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라는 개념 조차 아예 없었던 불모지에서 1999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한 알리바바는 지난 해 매출 1조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IT계 신화가 됐다. ‘중국판 창조경제’를 꽃 피운 알리바바가 성공하기까지는‘민영 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항저우의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이 뒷받침됐다. 포브스 중국어판은 2004년부터 5년 연속 '기업의 천당'이라며 기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상하이ㆍ베이징 등 내로라하는 경쟁도시를 제치고 항저우를 1위로 꼽았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지상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下有蘇杭)" 중국의 항저우의 아름다운 절경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한 말이다. 항저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천하 절경을 자랑하는 호수 ‘시후(西湖)’로 잘 알려져 있다.
항저우는 중국 7대 옛 도읍 중 하나로 2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 월, 남송(南宋)이 모두 이 곳을 옛 도읍으로 정하였다.
징항대운하 건설로 항저우 문물은 크게 번성해 예로부터 중국 남ㆍ북부 지역의 경제 발전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13세기 무렵 이탈리아의 유명한 여행가 마르코폴로는 항저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호화로운 도시”라고 불렀다.
항저우 경제는 특히 1978년 중국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발전하며 중국의 대표적인 민영기업 요람으로 성장했다. 2014년 후룬 글로벌 부자 순위(총 1867명)에는 중국인 358명의 부자 중 항저우 출신 부자 기업인 19명이 포함됐다. 와하하 그룹 쭝칭허우 회장(1200억 위안, 중국 3위)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425억 위안, 중국 28위), 완샹 루관추 회장(270억 위안, 중국 61위)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기준 항저우 소재 민영기업은 모두 22만5200곳에 달하고 있다.
‘부자들의 도시’ 항저우는 그만큼 명품 소비도 왕성하다. 항저우 대표적인 명품숍 밀집지역인 항저우다샤(杭州大廈), 후빈(湖濱)명품거리, 그리고 럭셔리 쇼핑몰 완샹청(萬象城)에 가면 명품을 구매하는 큰손들로 북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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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항저우에 진출한 에르메스는 지난해 11월 후빈 명품거리 매장의 면적을 기존의 4배로 확장했다. 지난 2004년 항저우에 첫 매장을 오픈한 루이비통도 지난해 항저우 다샤 매장을 리모델링해 기존의 1층에서 3층으로 늘렸다. 오메가는 지난 해 세계 최대 매장을 항저우에 오픈했다.
물론 항저우 경제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했다. 한때 70%에 달했던 항저우시 민영경제 규모는 매년 하락하며 지난해 59.5%에 그쳤다. 포브스 중국어판에서 5년 연속 중국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에 꼽혔던 항저우의 지난해 6위로 밀려났다.
최근엔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도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 항저우 집값은 베이징 집값을 초월해 1㎡ 당 2만5840위안으로 중국 도시 집값 중 최고였다. 그러나 현재 순위는 7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달부터 항저우 6개 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당 최고 5000위안까지 떨어지고 거래는 급감하고 있다. 현재 항저우시 주택 재고량은 22만채로 베이징ㆍ상하이 등 1선도시보다 훨씬 많다. 일각에선 30개월 연속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원저우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가 전이돼 항저우가 ‘제2의 원저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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