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렬 전 국사편찬위원장 “60여년만에 가족품에 안긴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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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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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이 남긴 양국간 감정앙금 풀어, 중국에 한반도 통일에 역할 주문

유영렬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던, 자타공히 한국의 대표적 역사학자인 유영렬(柳永烈) 숭실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3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의용군의 유해송환을 두고 “역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인 한국과 중국 양국이 해묵은 과거를 털고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는 중요한 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양국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기여를 한다면, 한국은 더욱 중국을 존중하게 될 것이며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겸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유 교수는 현재 베이징대 방문교수 자격으로 중국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유 교수를 베이징에서 만나 유해송환과 양국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 3월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전쟁 중에 전사한 중국군 유해 인도식이 열렸다. 여기서 한국은 중국측에게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전사자 유해를 정중하게 전달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군 437 명이 중국군 437 구의 유해 상자를 경기도 파주에 안치된 '북한군, 중국군 묘지'에서 인천공항까지 마치 우군(友軍)의 유해처럼 시종 가슴에 안고 정성껏 운구하여 중국군에게 전달했다. 참으로 잘 한 일이다. 과거에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적이 아니다. 그리고 적군과 아군을 불문하고 인간은 모두 존귀한 존재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하늘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고 존귀하게 태어났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그들에게는 그들을 기다리는 그리운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내가, 보고 싶은 형제들이 있었다. 60여 년간 이국땅에 묻혀있던 437구의 유해가 그들을 기다리던 이들의 품에 안기게 되었으니, 이제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유해송환은 한국전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역사학자로서 한국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전쟁은 세계 제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의 산물이었다. 한민족은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해 36년 동안 줄기차게 해방투쟁을 전개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손을 맞잡고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제2차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게 되자, 한민족은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소련과 미국이 일본군 항복을 받기 위해 북한과 남한에 진주하여 군정을 실시했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한반도에는 이념(理念)이 다른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섰다. 북한은 분단된 민족의 통일을 위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의 통일 대신 남북한 인민의 마음에 분열과 적개심을 갖게 했다. 한반도를 전쟁의 폐허로 만들었다. 수백만 남북한 젊은이가 희생되고, 여기에 수많은 중국 젊은이까지 희생되었다.

 

유영렬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양국은 예로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역사가 있다.
=그렇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중국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한국의 지형은 동북쪽으로 산맥이 뻗어있고 서남쪽으로 평야가 발달되어 중국 쪽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중국도 황해쪽으로 평야가 발달하여 한국 쪽으로 개방되어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열심히 받아들여 중국에 버금가는 문화국가를 이루었다. 고려(高麗) 때 중국으로부터 과거제도(科擧制度)를 도입한 이후로 한국은 문치주의국가로서 문(文)을 숭상하고 무(武)를 멸시해 왔다. 그러므로 무력으로 침공하는 북방민족과 일본에 대해서는 강한 투지로 맞섰지만, 문화를 숭상하는 중국은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과거 오랜 역사 동안 한국은 무력이 아닌 문화를 숭상하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인들은 과거 중국을 두려운 나라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여 년이 지났다. 시대가 많이 변하여 이념(理念)의 대립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중국 하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쓰는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도 없어진지 오래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고, 이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까지 발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가장 많은 교역을 하는 최고의 경제 파트너가 되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 것이다. ‘싸운 뒤에 더 다정한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국전쟁 때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총을 들고 싸움터에서 만났다. 그리고 조국의 명예를 위하여,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또 내가 살기 위해 상대방에게 총을 겨눠야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은 총 대신 펜을 들고 대학에서 만난다. 회사에서 만난다. 공장에서 만난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학문적으로 경제적으로 또는 모든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유해송환에 감동을 받는 중국인들이 많다.
=금번 한국전쟁 중에 전사한 중국군 유해 송환은 한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번 중국군 유해 송환이 한국과 중국 최고 지도자 간의 합의에 의해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양국 지도자가 한국과 중국 간의 일을 잘 풀어갈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또한 금번 중국군 유해 송환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어느 중국인은 젊은 한국 군인들이 파주에서 인천공항까지 유해 상자 하나씩을 가슴에 정중하게 안고 운구하는 장면을 보고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댓글에서도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달리 보고, 한국과 한국인에게 감사한다고 쓰고 있다. 이번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중국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이 더욱 가까워지고, 중국이 한국의 평화적 통일에 더욱 힘쓰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중국군 유해 송환이 한중 양국민의 마음속에 과거의 적대적 감정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한중 친선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역사학자로서 향후 양국관계를 전망해 본다면.
한국과 중국 양국은 현재 경제적인 면에서 최고의 경제파트너다. 또한 중국은 미일동맹관계에 대응해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고, 한국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또한 양국은 일본과의 불편한 역사문제에 있어서 동지적 입장에 있다. 양국은 향후 상호 우호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어느 중국인은 한반도의 통일은 중국에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데 중국이 큰 기여를 한다면 한국은 중국을 더욱 존중할 것이다. 또한 중국 역시 통일된 한반도가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과 더욱 가까워질 것이며, 양국의 협력관계는 더욱 상승효과를 낼 것이다.

<주요약력> ▲전북 전주(1941년생) ▲숭실대ㆍ고려대 대학원 ▲사단법인 6.3 동지회 부회장▲한국국가기록연구원 고문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회장▲숭실대 대학원장 ▲백범학술원 비상임연구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베이징대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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