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해 3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시내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 등을 잇달아 부딪쳐 버스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 당했다. 사고 원인은 과로에 따른 졸음운전으로 판명됐다.
자동차와 도로는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지만 잦은 이용 빈도만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대형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안전 관련 예산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통안전 후진국, 졸음·음주운전 ‘주범’
국제도로교통사고데이터베이스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4명으로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1위인 아이슬란드·노르웨이(0.5명)의 4.8배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도 1위인 영국(3.2명)의 3배가 넘는 10.7명(29위)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는 졸음운전과 음주운전 등 잘못된 운전습관이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2년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815명으로 같은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5392명)의 15%를 차지했다. 졸음운전의 경우 사고 치사율이 평균 4.98%로 음주운전(2.98%)보다도 약 1.7배 높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조사결과도 있다.
DMB 시청에 따른 교통사고도 골칫거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조사를 보면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육상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점을 감안해 기존 교통안전 태스크포스팀을 지속 운영하고 도로 현장점검도 확대했다.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화물차나 버스·택시 등 영업용 차량 사고 감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체험형 안전교육센터를 마련하고 DMB 시청 금지 및 안전띠 매기와 블랙박스 장착 캠페인을 지속 전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2017년까지 사망자 30% 감축? “글쎄”
전문가들은 낮은 안전의식 외에도 갈수록 줄어드는 안전 관련 예산이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의 안전관련 예산은 지난해 4조2000억원에서 올해 3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노후도로 정비와 사고 다발지점 개선, 무인단속 카메라 확충 등을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 설재훈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안전에 대한 투자 예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매년 축소돼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예산 일정 비율은 안전 분야로 책정토록 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30%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를 2.4명(2012년)에서 1.6명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획기적으로 감소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5080명)는 전년 대비 6% 가량 감소하기도 했지만 국토부 내부에서 정한 목표치인 8%에는 못 미쳤다. 또 음주운전 면허정지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일본 수준인 0.03%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지만 아직까지 경찰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교통 관련 사고의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 NTSB가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사고 조사 및 재발 방지를 전담한다”며 “우리나라도 독립된 권한을 갖춘 사고조사전문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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