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3D프린터'가 예술영역까지 들어왔다.
이미 3D프린터의 기세는 놀랍게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3D 프린터로 출력한 구조물을 조립해 하루 만에 200㎡ 크기의 집 10채를 건설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총으로 실탄 발사가 가능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난 2006년 펴낸 책 '부의 미래'에서 "3D 프린터는 상상 가능한 모든 물건, 아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어떤 제품이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06년이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미술계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전시가 마련됐다.
아직 3D프린트의 개념이 낯선탓인지 프린트로 만들어졌다는 작품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권혜원, 김병호, 노세환, 류호열, 이종호, 요아킴 바인홀트, 올리버 그림 등 모두 21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2명을 제외하고는 이번에 3D 프린터로 처음 작업을 시도했다.
작가들은 "3~4개월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3D 프린터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3D 프린팅 기술과 연결되고 반영되었는가"가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3D 프린터가 예술가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류호열은 "작가는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류호열은 사람이 달리는 동작 15컷과 물결이 치는 장면 24컷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뒤 이를 다시 스톱모션으로 촬영하고 프레임을 연결해 영상물로 만들었다.
김창겸은 기존의 레고 형태를 변형시킨 다양한 '삐딱한 레고'를 선보이고, 이종호는 "부품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다시 구입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프라모델을 재현했다.
동대문운동장 자리에서 발굴된 이간수문(二間水門)의 표면을 3D로 스캐닝하고 이를 데이터로 변환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작업을 선보인 권혜원은 "비물질적 데이터가 물질로 공간에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3D 프린터가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은 아니다. 3D 프린팅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손맛이 주는 정서와 깊이감은 덜하다.
이같은 느낌을 작가 노세환이 보여준다. 바나나와 사과 등 원래의 오브제와 3D 프린터로 출력된 결과물을 나란히 놓고 3D 프린터의 정체성과 복제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승영과 류기태는 실패하거나 미완성인 3D 출력물을 한데 모아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처럼 쌓아올렸다. 조금만 건드리면 쓰러질 듯 위태롭게 쌓인 탑이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주리가 애니메이션과 드로잉으로 선보이는 '다크 판타지'는 3D 프린터가 만들어 낸 복제물로 현대 사회가 당면한 처참함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 3D프린터와 필라멘트를 무상으로 후원한 대림화학은 "그동안 소재개발과 출력물 자체에만 치중했는데 작가들과 협업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가치를 높일수 있는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3D프린터시장은 20년만에 특허가 풀려 20곳의 회사에서 5000여대가 보급되어 있다. 조립 3D프린터는 100만~2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시장에 설치된 3D 프린터로 3D 프린팅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성인 5000원. 5세∼대학생 3000원.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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