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레기로 전락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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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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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요즘 힘들겠네. 기자들 욕 많이 먹자나.”

지난주 아는 동생에게 기자가 들은 얘기다.

세월호 사태 발생 50일째다.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통해 기자들은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 치열한 취재·보도 경쟁중에 일부 취재윤리와 인권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를 놓고 전체 언론·기자가 매도당해선 안되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온 국민이 언론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언론 윤리는 더 치열하게 지켜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으로 오보가 이어졌으며, 자극적인 제목이나 인터넷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한 기사는 온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다. 유가족이나 살아남은 학생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면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폭발하고야 말았다.

사회의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독자들에게 사실대로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 기자라지만 좋은 뉴스만 전하고 싶은 희망은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형 참사현장에 가는 모든 기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왜 저들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고 질문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더 증폭 시킬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지만 결국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유가족이나 학생들을 아프게 하는 질문을 해버리고 만다.

이제 기자들은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고 원인의 진실과 정부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기자들의 몫이다. 더 이상 가슴 아픈 대형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사들이 대형 참사의 취재 준칙을 세워야 한다. 또 무리한 속보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독자들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사실과 진실을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 기자가 다른 직업으로 이직할 때 아버지뻘 되는 기자 선배가 "예전에는 우리가 참 명예롭고 멋있는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더 좋은 직업이 있으면 기자 그만두는 게 맞지"라고 씁쓸하게 하시던 말씀이 자꾸 머리에 남는다. ‘기자의 꿈을 버렸다’고 말하는 단원고 학생에게 떳떳한 어른이 되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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