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 SK C&C(대표 정철길) 시가 총액이 그룹 지주사인 SK의 규모를 넘어서면서 내부거래로 인한 의도적인 ‘키워주기’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 C&C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으로 8조8750억원을 기록했다. 7조9130억원인 SK의 시가총액을 1조원 가까이 넘어선 것이다.
과도한 내부거래로 성장을 도모한 SK C&C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압도적인 지분율을 바탕으로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논란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SK C&C가 자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외부사업을 안착시키기 전까지는 이런 잡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주사보다 더 큰 SK C&C, 기형적 지배구조 ‘논란’
SK C&C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내부거래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시가총액 역전 현상 때문이다.
8일 종가 기준으로 SK C&C의 시가 총액은 8조8750억원(주당 17만7500원)에 달한다. 그룹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SK의 시가 총액인 7조9130억원(주당 16만8500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일각에서 SK C&C와 SK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역시 이런 시가총액 역전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SK C&C의 최대 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33.1%의 지분을 가진 최 회장은 동생인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이 보유한 10.5%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43.6%에 달하는 막강한 지배권을 가진 상태다.
반면, 최 회장 일가가 SK그룹의 지주사인 SK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2%에 불과하다. SK의 최대 주주는 31.8%를 지닌 SK C&C로 결국 최 회장은 SK C&C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통해 지분상 소액주주임에도 불구하고 SK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SK는 그룹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SK건설 등의 최대 주주다.
전문가들은 SK그룹 지주사 지분이 미미한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SK와 SK C&C의 합병설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 역시 이런 기형적 구조의 해소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SK C&C가 그룹 지주사인 SK와의 합병 추진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일군 기반에 대한 시선이 차갑다. 이른바 ‘옥상옥’ 구조 확립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부거래로 지속 성장, 논란 해결할 ‘자생력’ 시급
SK C&C의 최근 3년 매출 추이는 2011년 1조7018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 2조2418억원, 그리고 지난해 2조3018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다. 영업이익 역시 2011년 1757억원, 2012년 2007억원, 2013년 2252억원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 상승폭도 눈에 띈다. 2009년 11월에 상장된 SK C&C는 상장 직후 최저 3만155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 7월 8일 17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SK C&C의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SK C&C의 성장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SK C&C는 지난 2012년 매출의 64.8%를 내부거래에서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비중을 49.5%로 낮췄지만 SK그룹 전체 내부거래 비중인 26%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특히 SK그룹의 전체 내부거래 비중이 주요 30개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성이 더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와 SK C&C의)시가 총액 역전과 최 태원 회장의 부채 해결을 위한 지분 처분 이슈가 맞물리며 SK C&C의 지속 성장 배경에 대한 의문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내부거래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진출 및 맞춤형 사업 다각화 시도가 없다면 이런 키워주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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