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진상손님’으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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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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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태만상 ‘갑질’하는 블랙컨슈머 백태

  • 국내항공사들 대응책 마련 고심 중

항공업계는 천태만상 '갑질'하는 진상손님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사진=아이클릭]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분주한 항공업계가 ‘진상손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을 가진 악덕소비자들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응대해야하는 객실승무원과 고객센터 직원 같은 ‘감정 노동자’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휴가철인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애프터서비스(A/S) 성공비결’이 영웅담처럼 올라온다. 어떻게 하면 일반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지, 기내에서 제공되는 물품을 하나라도 더 챙겨올 수 있는지 등이 버젓이 노하우로 소개된다.

이처럼 진상손님의 ‘갑질’은 천태만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비행기를 일반 버스 타듯이 탑승 5분전에 도착해서 막무가내로 게이트를 열어달라는 경우, 수화물 규정을 무시한 채 무작정 떼쓰는 경우, 심지어 다른 항공사 티켓을 가져와 탑승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라면 상무’에게 혼난 스튜어디스, 늦은 탑승을 제지하다 ‘신문지 회장’에게 얻어맞은 항공사 용역직원 사건 등으로 ‘블랙컨슈머’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진상 손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항공권 예약 및 상담을 하는 고객센터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모 항공사 콜센터 김모(29)직원은 진지하게 재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폭언과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들 때문이다. 이들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항공사가 결정한 회항 등의 문제를 한 직원의 책임으로 돌린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의 90%가량이 고객으로부터 욕설, 성희롱, 인격무시 등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고, 이러한 일을 일주일에 평균 1.4회꼴로 겪는다. 절반 정도의 노동자는 부정적 사건이 발생해도 규칙상 오히려 고객에게 사과를 해야 하거나, 최소한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상손님을 응대하고 보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서비스 비용을 높이게 된다”며 “이는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는 진상손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패널티 프리(penalty fre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고객들을 끝까지 응대해야하지만 수위가 높은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면 직원이 먼저 전화를 끊고 고객응대를 종료하게끔 한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진상손님들을 구분해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악성 민원을 넣었던 경력이 있는 승객이 재탑승할 경우 객실승무원 및 공항관계자에게 미리 알려 기내에서 난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점적으로 관리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국내에 에어아시아 엑스 등 3개 계열사가 취항중인 에어아시아의 경우 진상손님을 구분해 놓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승객의 항공권 예약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내서 난동을 부렸던 경력이 있는 진상손님이 비회원으로 예약해 재탑승하는 경우도 봤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블랙리스트는 일종의 고객성향관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사실상 진상손님의 재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과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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