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이소현 기자 = "위협을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자동차 본사에서 총 60여명의 현대ㆍ기아차 해외법인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저환율 등 3대 위협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생산 규모에 걸맞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제품 개발·설계 단계부터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 및 고객 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내외의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품질을 강화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올 하반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완성차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지난해 8106만 대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3.6% 늘어난 840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올해에만 200만 대 정도 생산량을 늘리며 판매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엔저 수혜를 바탕으로 일본 업체들은 공격적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경쟁력이 있는 신흥시장의 완성차 수요가 예상보다 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러시아(―5.6%), 브라질(―5.1%), 인도(―3.0%) 등 주요 신흥국의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 구매제한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내수 시장 역시 2분기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돼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자동차 관세 추가 인하로 유럽산 자동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환율 등 여러 불안 요소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글로벌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 정 회장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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