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정국 주도권의 분수령인 추석 민심을 앞두고 당정과 공무원 사회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당정이 그간 누적 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대표적인 혈세로 지목된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추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의 대충돌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전날(28일) 단식 중단을 전격 선언하면서 대치 정국의 물꼬가 트여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자, 공무원노조도 ‘연금의 진실’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일단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날(28일) 국회에서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과 조원진 의원, 박경국 안행부 제1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추석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이는 매년 혈세 투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정부의 의지는 오는 2016년 20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박근혜 정부 2년차 때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만나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석 연휴 이후 정기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번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이지 못할 경우 사실상 적자 연금 상태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마다 공무원 사회의 저항을 의식해 미봉책으로 일관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민정부는 398억원의 첫 적자를 기록한 지난 1993년 연금부담률 7%(기존 5.5%)인상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민의 정부에선 연금부담률을 9%로 올렸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는 정부입법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못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집권 3년차 당시 연금 지급액을 62%로 낮췄으나, 이는 당초 56%보다 후퇴한 안에 불과했다. 역대 정권이 총·대선 등 선거를 의식해 반쪽짜리 개혁에 그친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은 더뎠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회의를 열어 누적 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었나, 공무원 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안건 상정도 하지 못했다.
당정이 내달 1일 개회하는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설 경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28일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통해 공무원연금의 오해와 이해를 도왔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09년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임금을 민간 사업장 수준으로 현실화 해줄 것 등을 요구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기꺼이 동참한 바가 있다”며 “불과 몇 년 전에 사회적 합의를 한 공무원연금과 관련, 적자 운운하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우려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 원인과 관련해 “외환위기 때 공무원 강제 구조조정을 (할 당시) 정부예산으로 지급해야 할 10만여 명의 퇴직금 4조7169억원을 공무원연금에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공무원 연금은 2000년 1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며 “정부는 시행령을 바꿔가며 적립된 기금 이외에도 6조9734억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했다. 연금의 재정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정부가 공적 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천명한 당정에 발맞춰 공무원노조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섬에 따라 추석 이후 이들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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