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날 금감원 국감에서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바뀐 배경, 제재심의위원회 운영상의 문제점 등이 주로 지적됐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의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등 다소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을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였다.
일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은행 해외지점 비리, 보험사기, 카파라치 제도 등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KB 고무줄징계' 집중 추궁…최수현 "사퇴 의사 없다"
우선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지난 6월 금감원 조사라인이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해 중징계 통보를 내릴 당시 "중징계 통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최수현 원장이 지난달 12일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중징계로 상향하기 전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에도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수석부원장이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데 배제돼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자 제재수위를 결정하기 앞서 조직 내부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수현 원장은 "제재심 결과로 부원장 의견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부원장 제외는 충분히 논의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 원장은 최 수석부원장이 주재하는 제재심 결정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 원장은 제재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수석부원장도 원장으로부터 어떤 것도 지시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재심의 독립성을 중요시한 것은 합당하겠지만 내부적으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제재심 결정이 바뀌고, 결과적으로 금융권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고무줄 징계" 또는 "콩가루 집안" 등 금감원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결국 최 원장은 "(징계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제재심 운영 방식을 개선하도록 검토하겠다"며 진땀을 뺐다.
급기야 "KB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의까지 나왔지만 최 원장은 "물러날 생각은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해외지점 비리 등 도덕적해이 질타
금융사들의 부정·비리 및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특히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현재 ING생명을 비롯, 삼성생명,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동부생명 등 생보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에 달한다.
최 원장은 "원칙적으로 약관에 명시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생보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특별검사에서 위법이나 부당한 행위 발견 시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보험금에 대해 특약을 정교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2010년 표준약관을 정리할 때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감독당국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은행들의 해외지점에서 부정·비리 사건이 수차례 적발되고, 일부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하고 생각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법규의식"이라며 "해외수익 비중이 높은 국내 은행들의 사례를 연구해 교육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보험사기 적발건수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 원장은 "보험사기 특별조사실 설치를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 카파라치 포상 제도가 악용돼 생계형 카드모집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카드모집인들과의 대화해 카파라치 제도 등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