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예산·입법 전쟁의 서막이 오른 4일 여야가 이명박(MB) 정부의 실정을 둘러싸고 선긋기와 때리기에 각각 나서면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2년차 하반기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안 내용과 4대강사업·해외자원개발·방위산업, 이른바 ‘사자방’ 국정조사의 빅딜 가능성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자 연말정국에서 새판을 짜겠다는, 이른바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반대의 프레임을 앞세운 여야의 승부수가 자칫 극심한 소모전으로 전개되면서 세월호 덫에 이어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를 부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 모두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독배가 될지 주목할 대목이다.
◆與, 빅딜설 논란 속 느닷없이 공기업 개혁 외친 까닭
연말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사자방 국조 간 빅딜은 ‘일단’ 무산됐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열고 법안 빅딜에 대해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빅딜과 관련해 “4대강 사업과 국조는 성격이 다르다”며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도 “자원외교 등의 문제는 공무원연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빅딜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만 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의 불씨 가능성은 남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여전히 양자의 연계 처리에 힘을 실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의 ‘연내 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그은 터라 집권여당의 선택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새누리당이 이날 공기업 개혁에 매스를 들었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사적보험 강화’ 비판에 직면한 새누리당이 ‘민영화’ 의혹에 휘말릴 수 있는 공기업 개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기업 개혁과 관련,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공기업·규제개혁 법안을 연내 처리키로 했다.
◆野, 연일 사자방 국조에 고삐…“이명박근혜를 묶어라”
표면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에너지 공기업 부채가 96조3000억원으로, 김대중(8조4000억원)·노무현(7조원) 정권 때보다 10배 정도 증가한 데 따른 개혁안으로 풀이된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범야권이 사자방 국조를 연말정국의 최대 이슈로 삼으면서 ‘이명박근혜’ 프레임에 불이 붙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통해 야권의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양자 간 빅딜 무산을 감안한 전략인 셈이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연일 사자방 국조를 고리로 새누리당에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사업·자원개발·방산 비리 등 소위 사자방에 대한 국조와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한 관계자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부족했다”며 “이번 연말 국회에서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과 뻥튀기 외교인 자원외교의 실상을 연말정국 판으로 끌어들여 박근혜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더불어 앞서 세월호 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연말국회에서 사자방 국조를 지렛대 삼아 법안의 딜을 시도하려는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야의 지략 대결 승자가 연말정국은 물론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초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