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우리기업의 대중국 진출의 걸림돌중 하나였던 비관세장벽, 특히 기술규제(TBT)의 문턱이 낮아져 기업 활동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FTA타결을 발표하면서 TBT 이슈와 관련해 △국제공인 성적서 상호수용 촉진(전기용품) △시험성적서 상호 수용 협상개시(전기용품, 자동차 부품) △허가 신청 절차시 내국민 대우 부여(화장품, 의약품) 등을 통해 시험인증과 관련된 구조적 애로 해소에 성공해 국내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보다 용이해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규정 제·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시기간(60일)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 제품안전 보호강화와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중국진출을 촉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TBT는 한·중 FTA 협상을 위한 전체 22개 쳅터중 하나에 꼽힐 만큼 비중있는 이슈중 하나였다. 다자간 또는 지역간 무역협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관세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개별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TBT 협정)’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하는 기술규제 통보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규제 통보문이란 회원국 내에서 제안된 기술규정 및 적합성 평가절차가 ‘다른 회원국의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WTO 회원국에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을 위해 WTO 사무국에 통보하는 문서다.
1995년 363건에 불과하던 TBT 통보건수는 점차 증가해 2013년에는 4배 이상 증가한 159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2002년 WTO 가입 이후 본격적인 TBT 통보를 시작해 2003년 처음으로 28건을 통보하고 이후 2009년에는 201건을 통보했다. 이후에도 매년 두 자릿수 통보가 이어졌는데, 2010년 62건 → 2011년 88건 → 2012년 75건 → 2013년 80건에서 올해 1~6월간 38건에 달했다.
특히 중국의 TBT 통보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제경제질서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국제표준과의 통일을 목적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자국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진출을 추진중인 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여겨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9월에 발표한 ‘기술규제장벽 넘어 수출길 닦아야’ 보고서는 중국 TBT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안시스템과 의료기기, 화장품 관련 규제를 소개했다.
먼저, 중국은 주요기관 보안시스템에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MLPS(다중보호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2007년 6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금융관련기업, 통신사, 발전소, 교육기관, 병원 등을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기관(3등급 이상)으로 분류하고 해당 기관에 대해 중국산 보안 제품을 사용하도록 했다. 기관의 보안등급은 시스템 운영자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중국정부의 영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된 시스템을 사용(주요부품에도 중국기술 반영 필수)해야 하고, 소스코드, 암호화키 및 기타 영업 비밀을 필수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의료기기의 전기·기계적 안전에 관한 공통규격인 IEC 60601-1의 2판 인증을 채택하고 있는데, 대부분 나라들은 최근 버전인 IEC 60601-1 3판 인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기업들은 국제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자체적 인증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모든 수입의료기기는 중국 국가식품약국감독관리총국(CFDA)를 통해 허가를 받는데 비해, 중국내 생산 의료기기의 경우 3등급(최고 위험 등급) 의료기기만이 CFDA 허가대상이다. 1등급(저위험) 의료기기는 관할시의 의약품식품감독관리 기구, 2등급(중위험) 기기의 경우 관할성의 의약품식품감독관리 기구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수입 의료기기의 승인을 위해서는 제품의 원산지 국가에서 선(先)등록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어 기업의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증가한다. 또한 또한, 중국 수출시 중국내 대리인을 통해 수출국에서 발급한 해당 의료기기의 유통허가 증명서류를 제출하고 안정성 및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한편, 중국식품의약품안정청(CFDA)은 관련 사법권을 갖기 시작한 2008년 이후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CFDA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화장품 원료 리스트를 발표하여 사용가능한 성분을 고지하는데, 이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성분을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수출국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은 화장품은 중국으로의 수입이 불가하므로 수입허가를 위해 세금계산서, 거래증명서 등을 제출해 수출국 내에서 해당 제품이 판매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어 중국은 2014년 4월, 중국 정부가 미백화장품을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해 일반화장품에 비해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실험 및 서류제출 의무가 추가로 발생하여 시간(7개월→12개월)과 비용(1만5000위안→3만5000위안) 부담이 증가했다.
기존 인증제품의 경우 미백기능 인증을 위한 추가 검사가 요구되고 이 때 소요 되는 시간과 비용이 각각 5개월, 1만 위안 정도로 예상된다. 개정된 인증을 받지 못한 미백 화장품은 수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현지에서의 판매 및 생산이 금지된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중국의 기술장벽 문제가 한·중FTA를 통해 일정 수준 낮아진 것으로 평가돼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수월해 질 전망”이라며, “향후 추가 협상을 통해 TBT 규제를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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