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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배경은 실스마리아다. 연극 ‘말리아 스네이크’에서 연상의 상사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몰고 가는 젊고 매력적인 캐릭터 시그리드를 연기했던 마리아는 자신의 은인과 같은 감독이 받기 위한 상을 대리수상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았다. 자신은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꼭 빈손으로 실스마리아로 오길 바란다”는 감독의 청에 스위스를 방문한 마리아는 그곳에서 감독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이혼 소송으로 가뜩이나 골치가 아팠던 마리아는 소식을 접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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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스틸컷]
마리아가 ‘말리아 스네이크’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의 연기도 있겠지만, 헬레나와 시그리드의 대립각도 한 몫했다. 동성의 늙은 상사 헬레나를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어린 시그리드는 팜므파탈의 매력적인 캐릭터고, 헬레나는 젊음을 이기지 못하는 배역이기 때문이다.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헬레나 역의 늙은 여배우는 시그리드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를 돋보이게만 하는 역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리아가 헬레나 역을 거절하고 싶어 했던 마음은 이미 그가 20년전에 헬레나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마리아의 심경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인터넷을 멀리하지만, 자신이 맡았던 시그리드에 캐스팅된 조앤의 사진을 찾아보며 젊은 시절 그녀가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에 질투를 느낀다. 발렌틴은 매니저인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필요 없는 감정소비에 버거움을 느낀다. 화려했던 전성기에 대한 추억이 큰 만큼 시그리드로 남고 싶어하는 마리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는 충언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마리아를 떠나고 싶어한다. 마리아는 발렌틴이 남아주길 바란다.
십 수년 전 자신에게 작업을 걸었던 상대 배우(한스 지슬러)가 술을 한잔 더 하자고 하자, 됐다면서도 자신의 호텔 룸넘버를 알려줄 만큼 자존심도 쎄다. 스위스에서 만난 사진작가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발렌틴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방번호를 알려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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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스틸컷]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발렌틴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염문설을 뿌렸던 그녀가 줄리엣 비노쉬와 나눈 대화다. 두 사람은 극중 여배우와 감독과의 ‘어떤 교감’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염문설과 오버랩되며 영화 외적인 재미를 준다.
제2의 다코타 패닝이라 불리는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는 분량은 적지만,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줄리엣 비노쉬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전망이다.
실스마리아의 황홀한 풍경, 세 여배우의 완벽한 내면연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연출력,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수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오는 18일 15세 관람가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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