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로운 입지 전략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전략, 실현 가능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내 금융사들의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1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자산은 오는 2016년이 돼야 총자산 중 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10%가 되려면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상당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5년 내 아시아 최대 금융사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비현실적인 비전은 은행의 전략부재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해외진출이 강조될 때마다 틈새시장이니 선택과 집중이니 구호만 외쳐왔지, 실질적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데 있어 자원의 최적 배분이나 역량 차이를 메우는 데 소홀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금융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새로운 입지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한국계 기업들의 진출 또는 투자가 집중된 장쑤, 산둥, 베이징 등 7개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해왔다.
2006년 이후 국내 은행들의 중국 현지법인 설립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한정된 한국인·기업을 두고 경쟁한 것이다.
영업점만 해외에 설치했을 뿐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 중심의 제한된 시장을 두고 경쟁한 데다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수가 감소하자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 신규 진출한 국내 기업의 수는 2006년 2390개에서 지난해 830개로 급감했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각 은행들은 네트워크를 점차 내륙지역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하나은행의 경우 동북지역 진출에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서부의 쓰촨성 청두에 진출했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중부 후난성 쟝샤와 후베이성 우한에 진출했다.
새로운 입지전략뿐만 아니라 중국 내 진출 지역별 특화전략도 국내 은행들이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상당한 경제성장이 이뤄졌고 그만큼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한 '성숙한 경합시장'의 경우 진출확대를 위해서는 차별화와 세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진출이 상당부분 이뤄진 동부연안지역의 경우 새로운 예금상품 도입, 고소득층을 겨냥한 차별화된 프라이빗 뱅킹(PB)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특수성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바탕으로 진출 확대를 시도해야 한다는 게 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특히 중국의 상하이 자유무역지대(FTZ)의 경우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의 설립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수요도 다양화될 전망이어서, 국내 은행들의 또다른 진출 확대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정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하이 FTZ 진출을 통해 자본계정 개방 및 금리·환율 자유화 등 중국 금융시장의 개혁 개방이 확대됐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실험의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금융산업 규제환경 및 향후 제도변화 역시 국내 은행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지 연구위원은 "향후 수년 내 예금금리 자유화에 따른 금리경쟁이 예상되는데 이는 결국 도시상업은행 등 중소형 은행들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은행들이 이 기회를 활용한다면 빠른 속도로 중국 내 영업망을 확보하고 현지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 연구위원은 현지화 전략이 현지법인이 아닌 은행 본점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중국 비즈니스 현지화 관점을 '현지법인의 현지화'에서 '본사의 현지화'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특수성이 주는 다양한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비즈니스 전략을 현지법인에 제시하고 지원하는 본사의 현지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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