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가 확정됐다. 청와대가 23일 이 장관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서 지난 3월 6일 취임 후 약 10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장관은 취임 후 글로벌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했다. 크루즈산업발전법, 불법어업근절, 양식산업 현대화, 마리나 등 해양스포츠 활성화를 내놓으며 야심찬 행보를 예고했다.
해수부 2기는 4선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취임식이 있던 날 여수 기름유출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 사고를 수습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그는 “21세기는 국가 해양력이 국가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국부의 원천이 되는 해양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수부는 국부를 창출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1등 부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야심찬 포부는 취임 후 1개월이 지나고 세월호에 묻혔다.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이 장관의 정책 행보를 약 8개월간 묶었다. 이른바 ‘진도장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주영 장관과 세월호는 연관성이 깊다.
이처럼 장관이 사고 현장에서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자 해수부 정책도 덩달아 엇박자를 냈다. 기대를 모았던 크루즈산업법은 기약 할 수 없는 안건이 됐고 해수부의 각종 글로벌 산업 역시 정책 부재를 드러내며 후퇴했다.
그나마 북극항로 개척과 중국 불법어선 근절, 세월호 이후 각종 해양재난 안전대책 수립은 이 장관의 성과로 꼽힌다.
한편 해수부 내부는 고생만 하다 떠나는 이 장관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부터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개각에서 퇴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갑작스런 소식에 당황하는 직원들도 보였다.
곧 있을 해수부 1급 인사도 단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 사퇴가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로 인해 이 장관의 의욕적 행보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그나마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장관의 리더십으로 인해 해수부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후임 장관에 대한 부분은 현재로서 알 수 없지만 침체된 해수부 분위기를 끌어올릴 역량을 갖춘 분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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