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호 빨간약 대표
15년 전 쯤이었던가. 신문기자 시절이었다. 당시 연예 관련 미디어는 스포츠신문 5종에 불과했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털어 적게 잡아도 천 여 개의 연예 관련 미디어들이 존재한다.
많지 않은 매체가 있었던 시절, 엔터테인먼트 관련 홍보(특히 대 언론 홍보)는 거의 실무자들의 대면을 통해 이뤄졌다. 각 매체는 방송사들 마다 담당 기자들을 2~3명을 배치하고 영화 및 가요 분야 역시 비슷한 숫자 이상의 기자들이 배치, 매니저-PD-영화프로듀서 등을 만나 소식을 취재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매체의 범람과 함께 상대적으로 각 매체 당 기자의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크게 부각되는 부분이 바로 '보도자료'이다. 당초 보도자료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서 취재를 하기 위한 기본 자료로 구성되어 그 내용을 토대로 다시 취재가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기존에 매니저-PD-영화프로듀서 등이 진행하던 홍보 활동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홍보사에서 도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그 형태가 변화됐다. 이에 따라 홍보사는 '정보의 정확성', '홍보사의 신뢰도', '내용의 화제성'을 주요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는 조건들이 생기게 됐다.
과연 이 조건들을 갖춘 내용이기만 하면 '홍보'의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건사고가 존재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위기관리' 역시 홍보의 중요한 요소다.
인지도 높은 두 엔터테인먼트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A사는 소속 연예인과 연관된 사건이 터지면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그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적극 대처한다. 때로는 자사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이나 정보가 도출되면 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반대로 B사는 소속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간단하지만 정중한 사과문 발표 정도에서 대 언론 행동을 자제한다. 결국 시간이 흐른 후 그 사건은 '없덨던 것 같은 일'로 사라진다. 물론, 그 기간 동안에도 자사의 긍정적 소식을 지속적으로 홍보, 기사 양산을 유도한다.
다른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위기관리는 B사의 대처가 확실히 효과가 크다. A사는 이미지 실추와 부정적 사건에 대한 언급을 오히려 더 부추긴 결과가 되고, B사는 회사 명성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긍정적 언론보도들로 자연스럽게 수렴되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가수 싸이와 '위안부 누드'로 파장을 일으켰던 배우 이승연, 또 원정 도박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신정환을 들어 보자.
이미 월드스타 대열에 들어선 싸이는 한국 연예계에서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두 가지 문제, 즉 '약물'과 '병역'에서 문제를 일으켜 두 번이나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싸이는 즉각적 사과와 자숙, 활동중단 혹은 군 재입대 등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반대로 이승연과 신정환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밝히거나 제작자의 삭발 항변, 변명으로 가득한 사진을 노출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들의 현재를 보면 진정한 위기 관리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온다.
때로 예외도 있다. 홍보사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 및 대응방안과 당사자인 아티스트의 의도가 달라 최악의 상황을 낳기도 한다.
며칠 전 송년회에서 한 후배가, 문제를 일으키고 활동을 중단한 모 방송인에 대해 말한 게 떠오른다. "그 형은 자기가 억울한 게 있으면 못 참고 꼭 얘기를 해야 해". 어쩌면 홍보의 가장 큰 위기관리 대상은 아티스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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