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송종호·문지훈 기자 = 가뜩이나 이번 연말정산이 직장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카드사들이 기름을 끼얹었다. 4개 카드사가 국세청에 연말정산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총 1600억원을 누락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카드사들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재정산 대상 고객에게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지만 비난이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대상자,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증빙자료 재출력해야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정산 소득공제 미반영건 중 삼성카드의 대중교통 및 통신단말기 구매 누락 규모는 총 66만7000명, 금액은 809억원에 달한다. 하나카드는 고속버스가맹점 이용 누락규모가 52만명, 172억원이다. BC카드의 경우 170만명, 650억원이며 신한카드는 640명, 2400만원 규모다.
이들 4개 카드사는 이날 미반영된 소득공제 대상금액을 정정해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 일괄 반영했다. 누락 대상자들은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통해 증빙 자료를 다시 출력해야 제대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누락 금액이 가장 많은 삼성카드는 해당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배포했다. 삼성카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반사용액으로 잘못 분류된 대중교통 사용액을 안내하고 "2014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해 회원님께 불편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번거로우시더라도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또는 당사 홈페이지에서 정정된 신용카드 소득공제확인서를 출력해 2014년 소득공제 신청에 사용해달라"고 전했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통신단말기 할부 구매와 관련한 2013년 누락분이 포함돼 있어 고객 불편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2013년 누락분에 대해서도 재환급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최근 5년간 자료에 대해서는 재정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C카드도 앞서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불편과 혼란을 드린 점 거듭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리며, BC카드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예정"이라며, "BC카드 홈페이지,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정정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도 홈페이지를 통해 소득공제 대중교통 사용액 관련 사과 및 안내문을 게재했다. 홈페이지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조회 및 출력이 가능하다.
◆ 국세청 시스템에도 허점…개선 시급
다만 이번 사태를 전적으로 카드사의 잘못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우선 국세청이 카드사에 가맹점 리스트를 전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분류 항목이나 주소 등이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같은 누락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전통시장 가맹점 2곳이 국세청에서 전달한 리스트와 주소가 일치하지 않아 미리 누락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경우처럼 실제 가맹점 주소가 맞지 않거나 국세청에서 파악하지 못한 업체가 있어 누락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분류 및 확인이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카드 결제내역 정보를 일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있어도 이를 사전에 걸러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이번에 잘못 집계한 정보가 그대로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사이트에 올라 열흘 넘게 조회됐다. 국세청의 시스템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금융 기반이 아닌 세금 징수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의 법적 책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 정책관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문제가 아닌 국세징수법상 문제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며 "다만 고객에게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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