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지난 2일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검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이 사건에 연루된 여모 상무와 국토부 김모 조사관에게도 각각 징역 2년씩 구형했다. 최종선고가 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상당한 중형이 구형됐다.
지난 12월 8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이 사건은 이후 여론과 맞물리면서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커졌다. 여론의 칼날은 조 전 부사장 개인 차원의 잘잘못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대한항공의 조직 문화를 도마위에 올렸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재벌2세들의 자질 문제까지 난도질을 했다.
결국 사태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순식간에 악화됐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엔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초기 대응 자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진정성 없는 사과와 조직적인 증거 인멸 시도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조 전 부사장에게 등을 돌렸고. 찬바람은 그가 몸담았던 대항항공에게까지 불어닥쳤다.
당일 서부지검에서 열린 최종 공판을 지켜보면서 검찰의 구형이 여론과 전혀 무관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떤 사건이든 사법부의 판단이 그 시대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뤄질 수는 없다. 검찰의 구형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여론 등 다른 요인에 따라 경중을 오간다.
이번 구형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피해자이자 증인인 박창진 사무장이었다. 조직의 역학관계 속에서 철저히 을이었던 그는 언론 등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갑질을 시종일관 철저히 비난했다. 물론 박 사무장의 행보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승무원의 교수직 관련 통화내용과 그가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의 변경여부 등 쟁점이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과 최종 공판 결과를 보면서 일단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치부의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일단 앞선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갑질이란 치부가 을에 의해 공개되고, 사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일면 진일보했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부나 정부의 조치가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공감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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