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언론은 지난해 홍콩 분유의 본토 반출 제한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5000건으로 전년대비 2배 급증했다고 홍콩 당국 발표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좋은 분유를 먹이려는 중국 ‘아들·딸 바보’의 의지가 초래한 결과다. 홍콩은 중국 엄마들의 홍콩 내 분유 싹쓸이에 따른 분유가격 급등, 현지인의 불만 등을 고려해 본토로의 분유 반출량을 1인당 매회 1.8kg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동안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 자녀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두드러진데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에 따른 중산층 급증으로 돈 있는 부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국 영유아 용품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돼 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노동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당국이 외동부모에게 두 자녀 출산을 허락하는 파격적인 완화책을 내놓아 영유아 용품 시장 성장성을 더욱 키웠다. 맞벌이나 양육비 등 문제로 둘째 출산 수요가 기대 이하 수준이기는 하나 시장확대 속도를 빠르게 해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2년 기준 중국 9세 이하 유아 수는 1억2500만 명, 4세 미만 영유아는 6400만 명에 육박했다. 특히 영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500억 위안(약 44조2500억원)에 육박,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시장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산아제한 완화 및 수요 급증 등에 힘입어 2018년 영유아 시장규모는 6000억 위안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 영유아용품 시장이 100조원이 넘는 거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잠재력도 여전히 크다. 유별난 자식사랑과 늘어나는 주머니 속 여윳돈, 글로벌 소비개념 확산 등으로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 좋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 품질논란에 중국 분유업계는 ‘환골탈태’ 中
영유아용품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면 단연 ‘분유’와 ‘기저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닐슨컴퍼니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분유시장은 2009년 이후 20% 이상 초고속 성장을 구가해왔다. 시장규모는 지난 2009년 385억1800만 위안(약 6조800억원)에서 2013년 600억 위안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향후 몇 년간도 연평균 14% 가량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을 통한 매출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분유시장은 여러 방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유아 사망사례가 발생, 중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것은 물론 전세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렸다.
국산분유를 믿을 수 없게 된 중국 부모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 엄마들이 홍콩, 마카오, 미국 등의 분유란 분유는 모두 싹쓸이에 나서면서 또 다시 이슈가 됐다. 한동안 세계 각지 마트에 ‘사재기’ 금지령이 내려지는 등 각국 시장에서 중국 엄마 경계에 나섰을 정도다.
중국 국내 분유브랜드는 어땠을까. 분유시장의 급팽창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중국 국내 분유업체는 그야말로 ‘암흑기’를 맞았다. 자국 분유에 대한 불신이 수요감소를 초래했기 때문. 중국 당국이 품질기준을 강화하고 단속역량을 키우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한 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분유 수입량은 계속 늘어갔다. 2008년 이후 분유 수입량은 연평균 35.8% 속도로 늘어났으며 2013년에는 전체 시장에서 수입분유 비중이 무려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당국은 중국 분유시장에 천지개벽이라고 부를 만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댔다. 품질과 신뢰, 생산능력은 물론 국제화에 있어서 앞서 있는 분유 회사를 거대 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준 미달 중소업체를 대거 퇴출시키고 알짜배기간 융합으로 ‘진짜 알짜배기’를 만드는 개혁이 이어졌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하 질검총국)은 2011년 전국 유제품 업체에 대한 사업자격 재심사에 돌입, 거의 절반(40.4%)에 육박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은 2013년에 쏘아 올려졌다. 2013년 6월 20일 중국 국무원이 식품의약품관리감독 총국, 공업신식화부 등 9개 부문과 공동으로 ‘영유아 분유 품질안보 강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 분유 생산업체 및 수입상의 품질책임 추적제도, 보상제도 등 실시를 선포했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생산하청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을 제한한 것이었다. 대부분 하청업체를 끼고 있었던 중소분유업체들은 결국 사양길에 들어섰다.
이어 8월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영유아 분유기업 인수·합병(M&A) 방안’을 발표하고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을 통한 전면적 품질제고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당시 당국은 분유품질제도의 확립을 통해 2015년까지 매출 20억 이상의 국내 대형 분유브랜드 10곳을 육성하고 이들의 시장집중도를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실력과 경쟁력, 신뢰를 갖춘 소수 기업에 수입브랜드에 빼앗긴 분유 등 유제품 시장을 나눠주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당시 127개에 달했던 유제품 기업 수는 올해 말이면 87곳, 2018년이면 단 50개 기업만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 10대 유제품업체는 이리(伊利)그룹, 완다산(完達山), 페이허(飛鶴)유업,밍이(明一), 야스리(雅士利) , 칭다오성위안(靑島聖元), 시안인챠오(西安銀橋), 룽단(龍丹), 천관(晨冠), 멍뉴(蒙牛)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
한 발 먼저 인수·합병 스타트를 끊은 것은 멍뉴와 야스리 두 대형업체였다. 2013년 6월 멍뉴가 야스리를 124억6000만 홍콩달러(약1조77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중국 대표 유제품 업체인 멍뉴는 업계 시장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분유 비중이 적었던 멍뉴는 야스리 인수 후 구조조정에 돌입, 분유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다. 앞서 5월에는 프랑스 유제품업체인 다논(Danone)과의 협력을 약속, 시장확대 및 품질제고에 공을 들였다. 중국 최대 젖소 목축업체 지분 28%를 인수, 자체 생산 및 고품질 원유 확보에도 나섰다.
2013년 들어 중국 유제품 기업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 속도도 올라갔다. 해외 생산공장을 짓고 유명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현지의 고품질 생산원료를 확보하고 선진기업의 노하우를 흡수함으로써 중국 국내 소비자 마음은 물론 나아가 해외 시장 고객까지 유치하겠다는 ‘일석삼조’ 전략이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돕는 동시에 수입브랜드 진입 문턱은 높였다. 지난해 뉴질랜드산 분유 ‘박테리아 오염’ 의혹 등이 제기되자 식품 당국이 조제분유 사전등록제 시행을 선포한 것이다. 이는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산 영유아 조제분유 수입을 금지해 중국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당시 당국이 공개한 명단에는 한국, 호주, 독일 등 13개 국가에 41개 기업만이 포함됐다.
△ 농촌이 ‘잠재력’, 중국 기저귀 시장
분유와 함께 영유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종이기저귀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1선도시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종이기저귀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 종이기저귀 시장은 2008년 이후 2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보이며 지난 2013년 시장규모가 264억 위안에 육박했다. 판매량도 2008년 95억개에서 2012년 204억 개로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사용률도 2007년 17.6%에서 2012년 44.3%로 역시 두 배 넘게 껑충 뛰었다.
빠른 성장세와 함께 여전히 사용률이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종이기저귀 사용률은 각각 80%, 95%에 육박했다. 중국 도시의 사용률도 비슷한 수준인 92%에 육박했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도시가 아닌 농촌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소득수준이 낮은 농촌의 종이기저귀 보급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중국이 두 자릿 수 성장 시대와는 헤어졌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당국이 신(新)도시화를 추진, 도농격차 감소와 농민의 (도)시민 전환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예고해 농촌지역 종이기저귀 사용량이 계속 급증할 전망이다.
분유와 마찬가지로 중국 종이기저귀 시장 역시 수입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영유아 관련 정보포털인 중국아동망(中國兒童網)에 따르면 종이기저귀 시장 1~4위는 미국의 하기스와 팸퍼스, 일본의 마미포코와 메리즈가 차지했다. 중국 국산 브랜드로는 헝안(恒安)그룹의 안얼러(安而樂)가 유일하게 5위권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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