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최근 선임된 은행장들의 임기가 잇따라 2년으로 정해지고 있다. 과거 은행장들은 통상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에 짧은 임기 동안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단기적인 목표에 치중, 은행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되레 임기 말 행장 교체 시기가 자주 찾아와 조직의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도 높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새롭게 선임된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모두 임기가 2년으로 정해졌다.
이 행장의 경우 잇따라 실패한 민영화를 임기 내에 성공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임기가 2년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역시 민영화 달성을 위해 임기를 2년으로 제한했다.
김 행장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감안해 임기가 2년으로 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최대한 빠르게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행장 임기 내에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새로운 통합 행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내정자의 경우 2년 남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와 맞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서 동시에 인사를 처리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임기가 짧아지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즉, 연임을 위해 단기적인 실적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소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장기 계획을 세워도 은행장이 교체되면 경영의 연속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CEO(최고경영자)가 취임하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전에 추진하던 사업을 접거나 축소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년마다 찾아오는 차기 행장 선임문제로 조직의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도 많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 시기만 되면 '줄 세우기'로 인해 내부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데 임기가 짧아진 만큼 더 잦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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