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국제 유가 하락기를 이용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비축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추가로 확보할 비축유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석유비축계획에서 정부부문 비축유 추가확보량을 21만9000배럴로 결정했다. 이 수치에는 한국석유공사가 도입하는 물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비축유 추가확보량은 지난해 27만2000배럴보다 19.5% 감소한 것이며 10년 전인 2005년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연간 비축유 확보계획량은 2005년 860만배럴에 달했으나 이듬해 300만배럴로 급감한 뒤 2009년엔 1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1년엔 60만배럴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비축유는 비상상황으로 석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유가가 치솟는 등의 경우에 대비해 평상시에 석유를 수입해 특정 시설에 저장해두는 것을 지칭한다.
정부는 걸프전 발발로 석유시장에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1990년 비축유를 방출했고 미국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했던 2005년에도 비축유를 방출해 국내 시장의 수급을 조절했던 경험이 있다.
정부가 계획하는 비축유 추가확보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예산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비축기지 건설과 유지보수 부문에 많이 배정되는 바람에 비축유 구입 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낮은 가격에 비축유를 추가 확보할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억460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에 9174만배럴 가량의 비축유를 확보해뒀으며 2025년까지 1억716만배럴로 늘리기로 하고 매년 추가 구매하고 있다.
중국은 유가 하락을 기회로 2020년까지 90일간 사용할 분량의 비축유를 확보한다는 목표하에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구매량도 늘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당량의 석유가 비축돼 있는데다 석유 수급 등의 추이를 고려해 꾸준히 비축유를 확보해나가고 있다"면서 "추가 확보 계획량과 실제 구매량은 다를 수 있는 만큼 유가 추이를 봐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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