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 서초구가 강남역 일대 여름철 물난리를 막겠다며 경부고속도로 일부 지하화 및 대심도저류배수터널 건설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이 도로의 관리 주체인 서울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 구축은 민자사업인 탓에 민간기업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공공차원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26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 잠원 나들목~만남의 광장 6.3㎞ 구간 지하화를 논의 중이다. 전체 8~10차선중 왕복 4~6차로는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땅 아래로 왕복 6차로를 뚫는 방안이다.
2010년과 2011년 당시 집중호우로 강남역 등지 침수 피해를 입은 서초구가 이 고속국도 밑에 대규모 저류배수터널을 조성, 자연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지하화로 남겨지는 지상에 보행공간과 공원을 만들고, 일부(전체 면적의 20% 가량) 상업용으로 개발하면서 생겨날 수익은 3.1㎞ 배수터널 공사비(약 8000억원)에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일일 교통량이 20만대에 육박하는 혼잡도를 낮추하면서 서울~지방 간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소음, 분진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의 고질적 불편 민원을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서초구는 해당 고속국도를 관할하는 서울시에 이 같은 상황을 알리고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중앙정부의 측면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금은 검토 단계이지만 조만간 자체 타당성 용역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제안할 것"이라며 "이달 초 관련업무를 한 부서에 총괄시키는 등 향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잠원 나들목~만남의 광장 지하화에 대해 서울시는 어디까지나 서초구 측의 구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에 정부 몫이었던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은 이제 전적으로 민간이 대신하고 있다. 즉 이번 지하화 프로젝트는 민자사업으로만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측 입장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향후 민간제안이 있을 때 개발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어떤 중장기적 계획 조차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도로계획 담당자는 "일부 경부고속도로 관리가 시의 고유한 업무이지만 개발과는 전혀 무관하다. 잠원 나들목~만남의 광장 지하화는 관내 자체구의 해묵은 숙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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