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송종호 기자 = 금융권은 물론 대기업을 비롯한 IT업계 등에서 핀테크 사업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온라인·모바일 결제대행업체(PG)인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의 합병은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공산이 크다. 다만 이미 국내에 다음카카오 등 대형 핀테크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PG사의 사업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이미 핀테크사업을 위한 금융권과 IT업계의 업무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데다 향후 동종 및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이 활성화돼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국내에도 알리페이나 애플페이와 어깨를 견줄 만한 글로벌 '핀테크 공룡'이 출현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카카오와 대격돌…결제시장 지각변동 예고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G이니시스는 최근 KG모빌리언스와 공동으로 간편결제서비스인 '케이페이'를 출시, 운영중이다. 특히 지난달 케이페이에 현대카드와 NH카드를 추가하면서 국내 모든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KG이니시스는 현재 케이페이 가맹점 약 10만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오프라인 서비스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KG모빌리언스와의 합병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G이니시스 관계자는 "현재 두 회사의 업무에 공통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면 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장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약 3800만명(26일 기준)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고객층을 늘려나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의 만남은 다음카카오에 위협적인 경쟁자의 등장을 예고한다. KG이니시스는 국내 전자결제시장에서 최대 점유율(38%)을 자랑한다. 그간 검색포털 1위 NHN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한 KCP, 3위 이동통신사업자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도 KG이니시스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때문에 KG이니시스·KG모빌리언스의 합병으로 간편결제시장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KG이니시스가 보유한 10만개 가맹점은 카카오톡 3800만 사용자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가맹점 수가 적어 고객들의 선택권이 좁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장 선점 위한 새 전략 필요…해결 과제는
정부가 공인인증서 및 복잡한 액티브X 설치를 없앤 간편결제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알리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쏟아져 나온 상태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업체인 티몬도 '티몬페이'를 내놓으면서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PG업계 상위사인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는 합병과 동시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 PG업계 관계자는 "KG이니시스의 온라인결제 부문과 KG모빌리언스의 모바일결제 부문 사업을 서로 통합해 운영하면 공통된 부분은 통합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절감하는 등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간편결제서비스 사이에서 이들 PG사가 시장 선점을 하기에는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에 대한 집착이 세계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가맹점 10만이라는 무기가 자칫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류영준 다음카카오 페이먼트 부장은 "이전에는 한국이 중국에 비해 모든 것이 앞서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뒤쳐져 있다"고 진단하며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IT업계에서는 국내 업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삼성전자로, 삼성은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비해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을 장악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결제 활성화 측면에서 다양한 서비스업체의 진입은 환영할 일"이라며 "단순 경쟁이 아닌 서비스 개선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 편익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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