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3년째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헛구호’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서비스업 정책을 광범위하게 수립하면서 척박한 서비스업 시장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과 비교해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려다보니 외형적 측면만 커지고 생산성 등 내실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서비스업종을 선정하고 정책 과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 유망 산업은 노동생산성이 좀처럼 증가하지 못하며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서비스업 육성 정책은 박근혜 정부 이전에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후 총 5차례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7대 유망서비스업종 육성 정책이 포함돼 있다.
현 정부의 서비스업 정책 역시 아직까지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견해가 높다. 서비스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0년 18% 기록한 뒤 2011년 8.3%, 2012년 2.3%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업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기대감이 가득찼는데 오히려 규제는 더 늘고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지난달 서비스업 규제 수는 4086개다. 이는 지난해 2월 3601개에서 485개(13.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 규제 수가 작년 2199개에서 올해 2544개로 345개 늘어났다. 7개 유망서비스업 규제 증가분(345개)이 전체 서비스업 규제 증가량(485개)의 71.1%를 차지하는 셈이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장은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린 지 1년 만에 점검해보니 서비스업 규제가 줄기는커녕 늘었다”며 “새로 늘어난 485개 규제가 모두 문제 있다는 게 아니라 없애야 할 규제를 안 없애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에 발목 잡힌 법안도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약 980일, 관광진흥법 90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654일, 의료법 360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155일 등 5개 법안의 국회 계류기간은 평균 600일이 넘는다.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질적 상승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업 고용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GDP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하락하고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제조업에 비해 크게 낮은 데 주목했다.
특히 기술발전에 따른 서비스업 플랫폼 변화(온라인 판매 등), 무형재화 거래(디지털 다운로드 등), 소규모 자영업 증가 등이 서비스업 분석을 어렵게 한다고 평가했다.
시티그룹은 “향후 경제성장 지속을 위해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일자리 재배치보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 노력이 중요하다“며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아 서비스업으로의 일자리 재배치시 가계소득 및 경제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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