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맹골수도의 해역여건이 수심 44m, 유속 1.5∼2.5㎧, 수중시야 1.5m 안팎의 악조건이기 때문에 인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는 10일 맹골수도 같은 해역여건에서 세월호 크기만한 선박을 수중에서 통째로 인양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외국도 침몰한 선체가 다른 선박이 다니는 데 장애가 되거나 해양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을 때, 그것도 대부분 선체를 절단하고 인양했다는 것이 T/F의 설명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낸 자료를 봐도 2000년 이후 발생한 7000t급 이상 외국 선박 주요 침몰사례 15건 중 인양한 사례가 14건이지만 이 중 상당수는 통째로 인양된 것이 아니라 선체가 절단돼 분리되고 나서야 인양됐다.
여객선은 아니지만 지난 2000년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폭발 사고로 침몰, 승조원 118명이 숨진 1만3000t급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도 6500만 달러(약 711억8000만원)가 소요돼 작업시작 6개월 만에 인양됐다.
쿠르스크호 인양 사례는 배 길이가 155m로 세월호(145.6m)와 비슷하고 파고와 수중시야 등 사고 해역여건도 진도 앞바다와 유사해 세월호 인양에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째로 인양하는 방안이 우선될 세월호와 달리 쿠르스크호는 내부의 어뢰나 미사일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미사일 발사실과 통제실 등이 분리되고서 인양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다른 사례는 이탈리아의 콩코르디아호다. 지난 2012년 1월 승객과 승무원 4229명을 태우고 가다 이탈리아 질리오 섬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침몰, 32명이 사망했다.
당시 선장도 배를 버리고 도망쳐 '이탈리아판 세월호'로 불리기도 한다.
선박의 총 톤수(GRT)가 11만4147t으로 세월호보다 16배 가량 무거운 콩코르디아호는 좌초 2년 반만인 지난해 7월 인양됐다.
세월호 인양 방식으로도 유력한 해상 선박 건조 구조물 플로팅 독이 활용됐으며 약 12억2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인양비용이 들었다. 특히 인양 후 선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이 수습되기도 했다.
물론 콩코르디아호 사례도 세월호 인양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안에서 좌초한 콩코르디아호는 완전히 물에 잠겨 있는 세월호와 달리 선체의 절반가량만 수면 아래에 잠긴 상태였다.
지난 1987년 3월 침몰했다가 1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인양된 1만3601t의 여객선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도 벨기에 연안에서 침몰해 선체 일부는 물 위로 드러난 상태였다.
인양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1994년 9월 스웨덴 연안의 발트해에서 침몰해 85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무게 1만5556t의 여객선 에스토니아호는 깊은 수심(84m)과 낮은 수온, 인양 중 시신훼손 가능성 탓에 인양이 포기됐다.
당시 스웨덴 정부는 철학자, 법학자 등 각계 원로들로 특별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인양 여부를 논의하게 했고, 이들이 내린 결론을 받아들였다.
이외에 2006년 2월 이집트 연안의 홍해에서 침몰한 1만1779t 여객선 '알-살람 보카치오 98'은 침몰한 수심(800m)이 너무 깊어 인양이 포기됐고 1953년 침몰한 영국의 '프린세스 빅토리아'도 수심(96m)과 빠른 유속 탓에 인양되지 못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1941년 12월 침몰한 미국 해군의 USS 애리조나호도 절단해 인양하면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양하지 않았고 대신 사고 해역에 추모관이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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