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기 위해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은 소액 계좌에 대해 비대면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금융사기 피해 신고에 따른 신속지급정지 방식을 올 상반기까지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을 통한 전산 통보 방식으로 개선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일 발표한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의 세부대책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 등을 5대 금융악으로 선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는 의지을 밝힌 바 있다.
우선 금감원은 잔고가 일정금액 이하인 1년 이상 미사용계좌에 대해 비대면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현재 4개 은행이 운영 중인 '1일 인출한도 70만원' 제도를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금감원은 또 금융사기 피해자금 지급정지 요청이 있을 때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을 이용해 기타 금융사로 동시에 통보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전화로 진행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사기범들이 다수 금융사에서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이출하기 때문에 건별로 전화할 경우 최대 25분가량이 소요됐다. 금감원은 이달 중 은행권에 전산통보 방식을 적용한 뒤 올 상반기까지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사기 피해자금의 지연인출 시간을 확대하고 일정 금액 인출 시 자동응답전화(ARS) 또는 문자메시지(SMS) 등의 추가 본인인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금융사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개월 간 피해환급신청을 분석한 결과 금융사기 발생 후 지급정지까지 10분 이내일 경우 환급률이 76%로 나타났다. 다만 정상고객의 불편을 고려해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뒤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 금감원은 이달부터 대포통장 신고포상금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금융사기 의심계좌 신고 포상금제도를 도입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상금 지급한도 역시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금융위원회에 포상금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사들 역시 자율적으로 포상금 제도를 운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으로 대포통장 이용자 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주거나 통장을 매도한 자, 대포통장 불법 유통과정에 개입·가담한 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연 2회 이상 대포통장 명의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되거나 대포통장인줄 알면서도 중개·알선한 자를 수사기관에 통도하고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되면 총 12년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
대포통장 감시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민원평가 시 통장발급민원을 제외하고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발생을 사전에 차단한 경우 대포통장 발생실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금융사기 모니터링시스템을 개선해 금융사 간 의심거래정보 등을 상호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본인확인에 필요한 등록 전화번호를 사기범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금융사의 전화번호 등록·관리절차 역시 개선하기로 했다. 이밖에 '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범금융권 홍보 태스크포스(TF)'도 꾸려 금융권 공동의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상시 홍보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들 대책 중 신고포상금 제도와 대포통장 유통 협조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지금까지는 금융사기범을 쫓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발급 유통자에 초점을 맞췄다"며 "유통자에 대한 처벌강화와 신고포상금제도를 통해 금융사기 근절 실효성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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