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자살한 보험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보험사 지점장인 전모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지급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남편 전씨는 1992년 A 생명보험에 입사해 2013년 1월 지방 한 지점의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지점 인근의 경쟁 보험사 때문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전씨가 부임한 이후 석 달 동안 지점의 영업실적은 27% 하락했고 소속 보험설계사도 17%가 줄었다. 전씨는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실적이 좀처럼 나이지지 않는 상태에서 본사는 지점의 축소와 통폐합을 통보했다.
다급한 전씨는 설계사를 뽑으려 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고 망연자실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회사는 반려했다.
막다른 곳에 몰린 전씨는 결국 2013년 3월말 빌딩 6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시신 호주머니에는 유서 대신 지점 통폐합에 따른 직원 인사이동 자료가 들어 있었다.
전씨를 잃은 부인은 남편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죽음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전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이 지속되며 정상적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했다"며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재판부는 "전씨가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로 실적목표 달성을 보고하며 실적 하락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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