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 대만 정권교체 저지 대공세...대만 대선, 미중 힘겨루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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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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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대만 기업에 대한 태도 변해, 경제적 압박으로 현지여론 뒤집기 포석

  • 국공회담 통해 국민당 후보 위상 높여주고, 민진당에 대해 엄중경고 메시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국공회담 모습. 중국측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왕후닝, 리잔수 등 정치국위원을 배석시켜 회담의 격을 높였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이미 중국은 대만 대선에 개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민당의 재집권을 위한 정치 행위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기자를 만난 대만 기업인은 지난 4일 개최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의 회담을 보고 느낀 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0년 중국에 진출해 IT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기업인은 올해 들어 중국의 분위기가 싸늘해졌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 대만에서 수입되는 컨테이너는 신속하게 무사통과됐었지만, 올해는 내부 물건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로 인해 통관이 지연되고, 관세폭탄을 맞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자리를 함께한 그의 동료 대만 기업인 역시 유사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의 태도 변화는 대만의 정치상황으로 인한 것이며, 대만기업에 대한 우대 박탈은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하는 정치행위 중 한 부분이라고 해석한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대만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지속해 나가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법의 이름으로 기업을 옥죄는 방법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수단이 통관이다.

◆대만 대선 내년 1월, 야당 압도적 우세

대만은 내년 1월 총통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집권당인 국민당이 야당인 민진당을 상대로 정권재창출을 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대만연합보가 지난달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진당 지지율은 58%인 반면 국민당 지지율은 불과 10%였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와 국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주리룬 국민당 주석간 양자대결이 펼쳐진다고 가정했을 때 차이 후보가 주리룬을 8%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국민당 기타 후보와 경쟁한다면 차이잉원이 3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여당후보를 압도한다.

하지만 주리룬은 이미 수차례 내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차이잉원을 대적할 단 한명의 후보인 주리룬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내년 선거는 하나마나라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 예정인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사진=연합뉴스]



◆최대 이슈는 대중국 이념 논쟁

내년 대만의 총통선거 최대 이슈는 단연 대중국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마잉주 총통 집권이래 눈부시게 발전해온 양안관계는 지난해 급제동이 걸렸다. 2013년 중국과 체결했던 서비스무역협정안이 비준을 위해 국회에 상정됐지만, 이를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대거 시위에 나서면서 국회통과가 무산됐다. 중국과의 급속 경제교류에 대한 우려에 더해 중국인들이 대만 대학생들의 일자리를 뺏아갈 것이라는 공포심이 작용했다.

대만 전역은 반중감정으로 뒤덮였고,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6곳의 직할시 중 신베이(新北)시 하나만을 겨우 차지하고, 수도 타이베이(臺北)를 비롯한 다섯곳의 직할시를 모두 야당연합에 넘겨줬다. 선거 다음날 마잉주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국민장 주석에서 사퇴했고, 지난 1월 53세의 젊은 주리룬 신베이 시장이 새로운 주석으로 추대됐다.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졌지만, 여전히 민심은 민진당에 기울어져 있고, 주리룬은 총통선거 불출마 선언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민진당이 집권할 것이 명약관화라는 게 대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대만독립을 추구하는 정당인 민진당이 집권하게 되면 양안관계는 파열음을 낼 수 밖에 없다.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가쿠열도)와 남중국해를 두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안정적인 양안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대만 압박

이 같은 배경에서 성사된 지난 4일 국공회담에서 시 주석은 "양안관계가 평화·발전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92컨센서스와 '대만 독립 반대'의 정치적 기초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그 핵심은 대륙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변 일국(一邊一國, 양안에 각각 국가가 한 개씩 존재한다)과 '일중일대(一中一臺, 중국과 대만은 별개의 국가)는 양안관계 발전의 초석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변일국과 일중일대는 민진당의 양안관계 기본방향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민진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92컨센서스와 대만컨센서스, 그리고 현상유지

양안관계 악화는 대만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미 GDP 10조달러를 넘어선 중국에게 대만은 경제적으로 여러 이웃나라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만에게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자 경제성장의 동력이다. 대만은 GDP대비 수출비중이 70%를 넘는다. 수출중 40%가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한다.

만약 대만 기업인들의 발언대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에 경제적인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둔화되고, 이는 서민생활이나 청년취업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유권자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실용적인 양안관계를 추구하는 국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미 지난달 대만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11.7% 감소했다. 이 중 중국에 대한 수출은 12.2% 감소했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공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주리룬 국민당 주석이 손을 잡아보이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주리룬 띄우며 국민당 지원

이번 국공회담은 2009년에 이어 6년만에 이뤄졌다. 2012년 11월 집권한 후 2년여의 강력한 반부패운동으로 중국 대륙을 틀어쥐는데 성공한 시진핑이 선택한 국공회담 상대방은 지난 1월 국민당 주석에 갓 취임한 8살 연하 주리룬이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주리룬과의 회담에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주요인사들을 배석시켰다. 당대당 교류행사였지만, 형식으로 따지면 정상회담을 방불케 했다.

이같은 환대를 받으며 주리룬 주석은 자연스레 정치력이 높아지게 됐다. 차이잉원에 맞설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주리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국민당의 총통후보는 다음달에 선출된다. 기자를 만난 대만 기업인은 “시 주석은 이번 국공회담에서 민진당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동시에, 주리룬의 정치력을 높여주었으며, 물밑으로 대만 경제인들의 국민당 지원을 촉구했다”며 “급속히 신장된 경제력에 더해 고도의 정치기술을 이용해 대만의 대선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민진당은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은 오는 29일부터 6월9일까지 12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이 기간동안 차이 주석은 미국의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민진당의 대중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대만 대선이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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