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의 저명한 암각화 연구자 9인의 논문을 모아 엮은 울산 천전리 암각화 영문학술연구서. [사진 제공=울산대]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세계미술사에서 한국 암각화가 지닌 위상을 재조명하고 한국 암각화를 국제적 연구 자료로 제공하기 위한 영문 학술연구서가 발간되면서 국내외 연구기관과 관련학계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 교수)는 최근 울산 천전리 암각화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조명한 영문 학술연구서 ‘PETROGLYPHS OF CHEONJEON-RI IN ULSAN, KOREA, IN THE CONTEXT OF WORLD ROCK ART(세계 바위예술의 흐름에서 본 천전리 암각화)’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책은 국내외의 저명한 암각화 연구자 9인의 논문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세계 선사미술에서 한국 암각화가 지니는 위상과 가치를 새롭게 해석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이 연구서는 세계 암각화학계의 원로학자 에마뉘엘 아나티 박사(이탈리아)를 비롯해 해외 저명한 학자 3인과 국내학자 6인의 글로 구성됐다. 이 연구서에 실린 글을 통해 아나티 박사는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선사시대 예술이 지니는 위치는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는 자신의 시각을 제시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원의 앙리 폴 프랑크포르트 박사는 예술사적 관점에서 볼 때 울산 천전리 암각화는 매우 가치 있는 유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정리했다.
미국 오리건대학의 에스더 제이컵슨 테퍼 교수는 풍부한 현장조사 및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북아시아의 선사미술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천전리 암각화는 그 한 부분이자 예술사적 성취가 높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김종일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 문양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는 유적의 경관 배치 안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 책의 기획자이기도 한 울산대 전호태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에 표현된 용은 신라인의 용에 대한 인식과 신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계명대 김권구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에 표현된 다양한 이미지 가운데에는 선사시대 및 역사시대 주인공들의 신앙과 의례를 담은 것이 많음을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 강종훈 교수는 천전리 암각화에 새겨진 명문에 대한 정밀한 판독과 새로운 해석을 더하면서 천전리 암각화가 지닌 역사자료로서의 높은 가치를 강조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이하우 교수는 몽골·알타이·시베리아의 암각화와 한국 암각화에 표현된 사슴을 비교·검토하면서 천전리 암각화의 사슴 표현에서도 한국 암각화의 북방요소를 읽어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서경문화재연구원 장명수 원장은 천전리 암각화에 묘사된 다양한 종류의 동물 및 갖가지 표현물이 반영하는 상징과 신앙 양상을 검토하면서 천전리 암각화는 선사 및 역사시대 사람들의 종교의례 체계와 신앙,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유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전호태 교수는 "이번 연구서는 천전리암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바탕으로 이뤄낸 연구 성과를 모아 영문으로 발간해 국내외에서 널리 참고할 수 있게 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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