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한식대첩’ 요리만 일품? 편집·스토리텔링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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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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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TV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다. 서울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북한 제주의 요리 고수가 지역의 산해진미로 손맛을 겨루는 케이블채널 올리브TV ‘한식대첩’의 시작과 끝도 결국 손맛이다. 요리 고수의 손맛을 맛깔스러운 프로그램으로 요리하는 것 역시 노련한 제작진의 야무진 손끝이니까.

지역 고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요리 고시’라 불리는 요리 기능장이 무려 4명이나 되고, 만화가 허영만의 작품 ‘식객’의 주인공도 있다. 자연사찰음식문화 연구원 원장에 안동 권씨 검교공파 35세손 마지막 종녀까지 제야의 숨은 고수가 모두 모였다. 제작진이 전국을 누벼 3만km 달린 결과물이다.

진귀한 재료에 한번, 그것을 손질하는 도구에 또 한번 놀란다. 은어를 굽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숯을 피우는 건 이제 예삿일이다. 500년 전 조선 요리 조리법이 담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 조리서 수운잡방, 150년간 집안 대대로 내려온 확독, 전통적인 고기 정형을 위한 도끼와 북한의 국수 분틀은 재료를 손질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를 위협하는 무기다.

요리와 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올리브TV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이루는 또 다른 고수다. 화면을 보고 있자면 미각이 아닌 시각으로 음식에 압도 당한다. 맹렬히 움직이는 고수의 손끝과 찰나의 땀방울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한식대첩’의 가장 강력한 조미료는 스토리텔링이다. “저걸로 어깨나 펼 수 있겠냐”며 멸시를 받았던 강원의 곤드레나물이 소의 등골·제주 다금바리·고성 털게·지네 먹인 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할 때, 1회에서 꼴찌를 한 경북이 2회에서 단박에 1위로 올라설 때 반전에 전율을 느낀다. 1회에서 탈락 위기에 처한 전북 고부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일만 하던 엄마와 ‘한식대첩’을 준비하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굵은 눈물을 떨어뜨릴 때 요리는 휴머니즘이 된다.

아쉬운 점을 찾자면 전 시즌보다 분명치 않은 고수의 캐릭터다. 지역색을 또렷하게 지닌 음식만큼 출연진도 각자의 색을 낸다면 더욱 맛깔스러워지지 않을까? 과욕은 아닐 것이다. 편집 고수 제작진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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