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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님, 2편으로 ‘극비순사’ 기대해도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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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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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말이 포함된 리뷰 기사입니다. 관람할 독자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영화 '극비수사' 포스터]

*결말이 포함된 리뷰 기사입니다. 관람할 독자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실화가 갖고 있는 힘은 강하다. 스토리텔링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점도 그렇지만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지난 2001년 영화 ‘친구’로 전국에서 8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곽경택 감독은 ‘챔피언’ ‘똥개’ ‘태풍’ ‘사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통증’ ‘미운오리새끼’ 등을 연출하면서 완벽한 스토리텔러라는 평을 얻었다. 그런 곽 감독과 실화가 만났으니 그 시너지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극비수사’(제작 제이콘컴퍼니·공동제작 영화사 신세계)는 지난 1978년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모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는 유괴사건은 당시 유행처럼 빈번했다. 부잣집 아이 같지 않게 해맑고 사람을 가리지 않았던 은주(황채원)는 여느 때와 같이 하교 중이었다.

은주는 “얘들아. 이 것 좀 도와줄래?”라는 낯선 남자의 요청에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대로 납치됐다. 바로 다음날 은주가 서울말을 쓰는 남자의 차를 타고 갔다는 증언을 확보한 은주의 아버지(송영창). 엄마(이정은)는 경찰에 알리는 대신 먼저 무당집을 찾아 다닌다. 섹시 무당(신유경)마저도 “아가 눈을 감아 삤다”고 말하자 은주의 엄마는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사주에 금(金)이 많아 그렇다는 것이다.

은주의 고모(장영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산에서 막 내려왔다는 도사 김중산(유해진)을 찾아 가라고 권유한다. 김중산은 “공길용(김윤석) 형사의 사주라야 아이가 산다”면서 “꼭 보름째 되는 날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모든 도사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김중산의 말은 실낱같은 희망과도 같았다.

부산의 재력가인 은주 아버지가 뒤에서 로비를 한 까닭에 공길용 형사는 담당 관할이 아닌 지역의 유괴 사건을 맡게 됐다.

유괴 사건은 아이가 사망할 경우 그 형사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맡기를 꺼렸으나 아내(박효주)의 닦달에 은주의 부모를 한번 만나보기로 한다. 은주의 엄마의 간절한 모습에 결국 수락한다. 그리고 은주의 아버지를 설득해 부산경찰청 국장에게 “이 수사는 극비로 가야 아이가 삽니다”라고 부탁하라고 한다.

공길용 형사는 은주가 개인차량으로 등하교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서울말을 쓴다는 점에 착안해 처음부터 은주를 타깃으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유괴범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 시체 안치소에 연락을 해 여자아이가 들어왔는지까지 확인하기에 이르고, 은주의 엄마는 “내일은 꼭 연락이 와야 하는데. 보름째 되는날 연락이 온다고 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공 형사는 그 말이 김중산 도사로부터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똑같이 전해들은 유괴 사건 관할팀은 김중산 도사가 공범일 것이라 추측하고 감금에 자백을 하라며 폭행까지 했다.

공 형사는 김 도사를 풀어주고, 다음날 정확하게 연락이 오자 “또 쓸데없는 말을 하면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그 신통함에 기대볼까 생각한다.

공 형사의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아이를 찾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심지어 은주와 함께 유괴범의 차량에 탔던 반 친구를 불러 최면을 걸어 차량 번호를 알아내기까지 한다.

그 사이 유괴범은 은주의 사진을 찍어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돈을 받기 위해 계략을 짠다. 주목할 점은 은주가 유괴범이 사준 옷을 입고, 손에는 ‘쫀드기’를 들고 있다는 것. 아이가 울지 않는 것도 그렇고 쫀드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에 찾을 수 있겠다고 확신한다.

은주의 부모는 유괴범이 요구하는 5000만원을 낼 의향이 있었다. 아이만 살아 돌아온다면. 그러나 범인과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서울에서 접선하자는 말에 몸이 아파 움직이기도 힘든 아내 대신 남편과 고모가 서울로 올라간다.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인 서정학(정호빈) 반장을 주축으로, 부산팀이 합쳐진 TF(대책본부)가 운영되지만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기싸움만 벌인다.
 

[사진=영화 '극비수사' 스틸컷]

부산팀은 서울팀에 협조를 하지 않아 고모 혼자 접선 장소인 KBS 앞으로 나가고, 답답한 공 형사가 홀로 아파트 경비복을 입은채 달려간다. 간신히 범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검거에 한발 다가서지만, 서정학 반장은 이제 아이가 사망했을 거라고 판단하고 공개수사로 전향할 뜻을 확실히 한다. 공 형사는 부산팀에게는 “니들 아이라도 이딴 식으로 일을 한거냐”고 하고, 서정학 반장에게는 “당신도 아이가 아니라 범인 검거가 목적이냐”라고 일갈한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결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33일째 되는 날 “아이가 죽었다면 공사장에서 발견이 될 것이고, 살았다면 물가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사주에 물 수(水)자가 많은 공 형사님이어야만 ‘금’인 은주가 깨끗하게 씻어질 수 있다”고 예언한다.

결국 물가에서 차량으로 도주하던 범인의 차량에 몸을 던져 범인을 잡는다. 형사가 아니라 은주의 가족인 척 설득해 결국 은주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 실제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사건 중 처음으로 생존해 구출한 사례로 세계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진=영화 '극비수사' 스틸컷]

유괴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는 설경구, 김남주, 김영철, 강동원 주연의 ‘그놈 목소리’, 그리고 박용우, 류승룡, 성동일, 성지루가 호흡을 맞춘 ‘아이들…’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엄정화, 김상경, 송영창, 조희봉이 출연한 ‘몽타주’도 있다.

앞선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아이를 되찾는다는 결말이다. 감동에 눈물이 흐르지만 웃으면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다. 보고나면 실제 김중산 도사를 찾아가 사주풀이를 부탁해보고 싶어진다.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108분의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엉덩이를 들썩일 겨를이 없으며, 시계를 볼 틈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강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곽경택 감독은 최대한 1978년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섬세한 연출은 소품에서 드러나는데, 휴대전화가 없던 당시를 묘사하기 위해 공중전화기를 2대씩 설치했다. 노란색 전화기는 시외전화용, 붉은색은 시내전화용이라는 디테일까지 살렸다. 과거 벤츠, 그라나다, 포니, 브리샤, 코티나 등 당시 택시까지 등장한다. 심지어 주차장이 배경인 장면에서도 모두 옛날 차량으로 채웠다. 부산에서 전부 동원할 수 없어 서울에서 싣고 내려와 촬영을 하기도 했다.

연출 또한 섬세했다. 적절한 클로즈업과 풀샷, 배역들의 심경을 대변하듯 카메라 동선을 짜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연출을 했다. 찰진 대사들 또한 일품이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하나의 예로 정원을 초과해 탑승한 차량에서 “쭈구리”를 외치는 김윤석을 보노라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김윤석과 유해진 콤비의 연기는 보고 있으면 그대로 빠져든다. 유해진의 정극 연기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고, 김윤석은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공(功)’만 쫓는 그런 형사가 아닌, 진정으로 피해자 가족을 생각하는 공길용 형사 그대로였다.

여기에 다른 연기자들까지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특히 배우 고창석의 아내 이정은은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심경을 고스란히 연기했다. 유괴 기간이 점점 늘어날 때마다 살을 뺐다는 후문이다. ‘그놈 목소리’에서의 김남주 연기와 비견될만한 연기였다.

감초배우들의 활약도 더해졌다. ‘친구2’에서 유오성의 뒤를 쫓아다녔던 조태 역의 장지건과, 이준혁, 조지환이 다시 한 번 곽경택 감독의 부름을 받고 등장했다. 정호빈은 조폭보다는 경찰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평을 얻게 될 것이다. 곽경택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장영남의 연기는 속시원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올해 본 한국영화 중 최고”라는 평도 들렸다. 모든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극비수사’만큼은 이견이 없었다.

‘그놈 목소리’의 누적 관객수는 297만 2200여명, ‘아이들…’은 186만 7800여명, ‘몽타주’는 209만 5500여명이다. ‘극비수사’가 세 작품에 비해 장점이 더욱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큰 흥행을 기대해볼만 하다. 11일 ‘쥬라기 월드’가 개봉하지만 성격이 다른 영화라 ‘극비수사’와 함께 쌍끌이 흥행에 나설 거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보호자를 동반하면 초등학생도 볼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한편, 곽경택 감독은 8일 오후 기자와 만나 “‘극비수사’가 잘되면 다음에는 일제를 배경으로 ‘극비순사’를 찍으면 어떻겠느냐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극비순사’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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