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은 국내 첫 RV인 엄마 명숙(김해숙 분)이 자기 아들 진홍(김래원 분)을 공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명숙. 검사인 아들 진홍은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진홍은 “죽었던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따듯하고 상냥했던 엄마 명숙은 온데간데없고 서슬 퍼런 얼굴로 진홍을 공격하며 이상한 말을 퍼붓는다.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자를 뜻하는 RV. 명숙은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번째 사례로 판명되고 국정원은 모든 목격자와 언론을 통제하며 명숙을 숨기려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진홍을 명숙 살해 사건의 진범이라 의심하고, 궁지에 몰린 진홍은 엄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이처럼 낯선 세계관 및 설정을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건 곽 감독의 휴머니즘과 배우들의 열연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영화 ‘똥개’, ‘미운오리새끼’, ‘극비수사’ 등을 통해 따뜻한 인간상을 그려온 곽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모성애라는 코드를 영화 전반에 녹여내 이야기 구조를 보다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RV로 살아 돌아온 엄마 명숙을 연기한 배우 김해숙의 열연은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변신. 대한민국 대표 국민 엄마로 불리며 다양한 엄마 상(像)을 보여준 그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는 평. 관객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할 만한 명연기를 선보였다.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아들 진홍을 연기한 김래원의 연기도 마찬가지. 세 번째 모자(母子) 호흡을 맞춘 김해숙과 안정적 케미스트리를 발하는 것은 물론 진홍의 부족한 서사를 연기력으로 채운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장점이기도 한 휴머니즘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맥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장 치밀하고 치열해야 할 영화 막바지에 서사 및 개연성의 약점이 드러나는데 곽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휴머니즘과 모성애 코드를 통해 이를 얼버무리려 했다. 신선한 소재·장르에 도전하고 또 자신의 장기를 살리는 것은 훌륭하나 거창한 이야기의 마무리가 다소 평이했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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